“말없이 조용히 하나님의 임재 느껴라” 교인 30여명 ‘침묵기도’ 실험

입력 2014-03-18 02:55


17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아현감리교회(조경열 목사) 제자훈련실. 사회자가 좌종을 울리며 누가복음 22장을 읽기 시작하자 ‘침묵기도’가 시작됐다.

‘철저한 침묵’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들리기 시작한 소리는 물 끓이는 소리였다. 이어 창밖의 풍경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970년대 성장주의의 상징이었던 아현고가도로가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가는 소리,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타고 있는 자동차 소리, 활짝 웃으며 교회 앞을 지나가는 청소년들의 말소리 등 침묵이 시작되자 비로소 새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 모임은 한국샬렘영성훈련원이 매월 진행하는 ‘3월 샬렘 월례모임 기도회’다. 30여명의 참석자 가운데 60%는 예장통합 기감 기침 성공회 등 다양한 교단의 목회자와 신학생이었고, 나머지는 평신도였다. 25분간 진행된 침묵기도 뒤에 ‘통성기도, 침묵기도를 만나다’를 주제로 만나교회 청년부 담당 정삼희 목사가 강연했다.

미국 웨슬리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과정을, 미국 샬렘훈련원에서 침묵기도 인도자 과정을 마친 정 목사는 통성기도가 주를 이루는 한국교회 목회 현장에 침묵기도를 접목했던 경험을 전했다. 그는 “하나님께 부르짖은 다음에 반드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는 기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침묵기도를 접한 교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참석자들은 ‘기독교 전통에 다양한 기도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통성기도의 어려움에서 오는 열등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궁극적 치유자이신 하나님의 임재 경험 속에서 치유를 경험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 목사는 “다만 침묵기도만이 옳다는 ‘영적 엘리트주의’나, 영적 체험만 좇는 ‘영적 소비자주의’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