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처럼 변한 명품 백…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

입력 2014-03-18 02:46


“이거 황인기 작품 맞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사비나미술관에 들어서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로비 등에 설치돼 있는 ‘디지털 산수’로 유명한 황인기(63) 작가의 기존 작품과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작가는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이라는 타이틀로 4월 18일까지 여는 개인전에 실험적인 설치작품 11점을 내놓았다.

길거리를 지나면 3초마다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3초백’으로 불리는 루이뷔통 가방 40여개가 마치 정육점의 고깃덩어리처럼 고리에 줄줄이 걸려 있다(사진). 가방은 하나같이 전부 낡아 성한 것이 없다. 땅속에 오래 묻혀 있던 가방을 꺼내놓은 것 같다. 결국에는 흙투성이 쓰레기에 불과할 명품 가방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소비풍조를 조롱하는 듯하다.

벽에 걸린 낡은 액자 50개에도 먼지가 가득 쌓여 있다. 액자의 유리는 흙이 묻은 폐비닐로 대체했다. 액자에 꽂힌 빛바랜 사진은 오래전에 찍은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앤젤리나 졸리, 한국 연예인 현빈 이승기 등의 최근 사진이다. 언젠가는 사그라지게 될 대중적인 인기를 풍자한 작품이다.

마치 사람이 공중 부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껍데기에 불과한 인체 시리즈 등이 이색적이다. 작가는 “빠르게 지나간 과거만큼이나 빠르게 다가올 미래와 죽음을 생각하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02-736-4371).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