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위헌성 높다”… 한국교회법학회 ‘교회와 국가’ 학술세미나서 지적
입력 2014-03-17 17:56 수정 2014-03-18 03:08
국립공원 내 주요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대해 위헌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관람료 책정 및 징수 방법, 용처 등을 관리단체에 전적으로 위임해 사실상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법학회(회장 서헌제)는 17일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교회와 국가’를 주제로 제6회 학술세미나를 열고 이 사안을 집중 논의했다. 서헌제 중앙대 교수는 ‘판례로 본 한국의 정교분리’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49조(관람료의 징수 및 감면)는 문화재 관람 의사와는 상관없이 공원 입구부터(사찰 등이) 문화재관람료를 강제로 징수함으로써 국립공원을 누릴 수 있는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재 관람료’는 2007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뒤에도 문화재 유지·보수를 위한 문화재보호법 제49조에 근거, 해당 관리단체가 징수하고 있다. 불교 문화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불교의 대표 종단인 조계종이 주로 담당한다.
서 교수는 문화재보호법 제49조의 위헌성을 집중 제기했다. 해당 규정은 사찰 같은 관리단체를 관람료 징수권자로 인정, 관람료를 책정하고 징수방법을 결정토록 하는 등 모든 권한을 포괄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서 교수는 “국립공원 방문자 또는 문화재 관람자 수가 연간 260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문화재보호법 제49조는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없이 모든 내용을 관리 단체에 위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조치는 법률에 의해서만 규정토록 한 ‘법률유보원칙’과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경우에는 징수 대상자와 징수 기준·방법·절차 등을 어느 정도 법률로 정하게 하는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적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8년 초 문화재 소유자 등이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경우 그 금액을 미리 문화재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불교계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관람료 징수가 부당이득이기 때문에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도 있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에게만 기판력(旣判力·확정판결에 부여되는 통용성)이 미치기 때문에 불교계에서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불교계는 대부분의 국립공원 땅이 사찰 재산이므로 공원 입구에서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문제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 교수는 “문화재관람료 징수는 사실상 특정 종교에 대한 엄청난 국가적 지원이라는 점에서 정교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헌적 처사”라며 “문화재보호법 제49조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