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홍성욱] 기후과학의 확실성과 불확실성

입력 2014-03-18 02:41


“확산되는 탄소세 논란… 거버넌스 체제 구축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해야”

정부가 내년부터 추진하기로 한 탄소세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해서 지구온난화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에 세금을 더 내게 하는 정책인데, 이산화탄소를 기준보다 더 많이 배출하는 차에는 부담금을 물리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경차 등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게 쟁점이다. 이를 비판하는 국산차 제조업체와 산업통상자원부 입장, 탄소세를 추진하는 환경부 입장이 대립하고 있고 이 문제는 앞으로도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탄소세 도입이 지구온난화 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공동 설립자인 패트릭 무어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꾸준히 제기했던 유엔의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낳는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우리나라의 일부 언론은 탄소세 도입을 비판하는 사설과 기사를 쏟아냈다.

지구온난화를 다루는 기후과학은 수십년 뒤의 지구 온도를 대기-해양 대순환 모델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한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태양 에너지, 에어로졸, 먼지, 스모그의 변동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며 온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름의 영향에 대해서도 확실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인간이 배출한 탄소 중 상당 부분이 대양에 흡수된다고 추정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 지구가 더워져서 녹은 북극의 빙산이 유럽을 식힌다는 가설이 얼마나 확실한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특정 지역의 강수량과 온난화의 관련에 대해서도, 지구상의 얼음에 대해서도 아직 정보가 충분하지 않으며 과거의 지구 온도에 대한 정보도 불확실하다. 이렇기 때문에 최근 IPCC 5차 보고서에서도 2100년의 지구 온도는 2.6도에서 4.8도까지의 범위 내에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후과학의 불확실성만을 강조하는 사람들 중에는 석탄협회나 그와 비슷한 산업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지원을 받는 ‘지구온난화 정책 재단’의 의장 니겔 로손은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과학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라면서 기후과학과 IPCC를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과학에 불확실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의 장기적 기후 변화에 대한 지난 100년의 연구를 통해 우리가 확실하게 아는 것도 많다.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200년 동안 올라갔으며, 21세기 초엽의 지구 표면 온도는 20세기 초엽보다 0.8도 정도 더 뜨겁고, 이것이 화석연료를 태워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같이 인간의 활동이 낳은 결과라는 것은 ‘지극히 신뢰할 만한’ 사실이다. 그러한 상승이 인간과 자연에 심각한 위험이 되리라는 것도 확실하다. 기후는 계절에 따라 매년, 매 10년 달라지지만 이러한 단기적인 변화로 지구온난화의 장기적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빙하가 녹고 있으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경향의 결과가 50년 뒤에, 혹은 100년 뒤에 정확히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에 불확실성이 포함될 따름이다.

기후변화가 낳는 환경 문제는 장기간에 걸쳐 그 효과가 나타나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균일하지 않으며, 배출 지역과 무관하게 전 지구적인 영향을 낳고, 탄소 거래와 탄소 시장 등 민감한 경제 문제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키 위한 정책 수립 및 이행 과정에서 구성원들 사이의 이해나 관심의 차이가 발생하고,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발생 가능한 이해관계의 대립과 갈등을 미리 예측하고 조율하며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갈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탄소세 문제도 그러한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기후과학의 불확실성만을 강조하는 기후회의론의 입장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기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