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마인물·상서로운 새 그림판 첫 공개… ‘천마, 다시 날다’ 특별展

입력 2014-03-18 02:20


경북 경주 천마총은 1973년 발굴 당시 황남동 155호분이라는 숫자만 부여된 무덤이었다. 근처의 황남대총 발굴에 앞선 시험발굴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예상을 뛰어 넘는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광복 이후 처음으로 발굴된 금관을 비롯해 모두 1만1526점이 출토됐다. 이 가운데 하늘을 나는 말을 그린 ‘천마도(天馬圖)’가 발견돼 천마총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5∼6세기 신라시대 왕릉급 천마총의 전모가 발굴 41년 만에 한자리에서 공개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이 17일 개막한 신라능묘 특별전 ‘천마, 다시 날다’에는 천마총 유물 가운데 136건 1600여점을 선보였다.

천마도(국보 207호)가 그려진 말다래(흙 튀김을 방지하는 말갖춤)와 금관(국보 188호)·금제 관모 꾸미개(보물 617호) 등 국보 및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 10건 11점이 출품됐다.

6월 22일까지 이어지는 특별전에는 얼마 전 언론에 공개된 백화수피(白樺樹皮·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천마도 말다래 2점과 대나무로 짠 밑바탕에 천마 문양을 넣은 금동투조판 장식 말다래도 관람객을 맞는다.

같은 신라 회화라는 희귀성으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그동안 실물이 공개되지 않은 기마인물과 서조(瑞鳥·상서로운 새) 문양 채화판(彩畵板)도 처음 나왔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밝혀내거나 보존처리한 유물도 공개됐다. 발굴보고서에는 ‘금동제 선형금구(扇形金具·부채모양 금속제품)’라고 기록된 유물은 깃발을 꽂던 도구로 확인됐다.

또 금을 상감하고 연꽃과 구름을 새겨 넣은 큰칼 조각도 모습을 드러냈다. 용과 봉황무늬를 새긴 금동그릇, 갑옷 일부인 금동제 팔뚝가리개도 출품됐다.

4부로 구성된 전시의 도입부에는 발굴 당시 모습 그대로 복제한 목관을 내놓았다. 무덤 주인이 안치된 널(2.15m×0.8m)과 머리맡에 놓인 보물이 가득한 부장품 상자(1.8m×1.0m)를 재현해 보여준다. 이 같은 전시기법은 2010년 황남대총 특별전 때 처음 시도해 호평 받았다. 천마총 관련 사진을 비롯한 기록물과 발굴보고서 등도 배치했다.

회화 자료는 보존을 위해 조도 80럭스 이하를 유지하고, 전시도 18일∼4월 6일, 4월 29일∼5월 18일, 6월 3일∼22일 3차례로 제한한다. 전시는 경주에 이어 국립청주박물관으로 장소를 옮겨 7월 24일부터 10월 5일까지 열린다. 경주를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둘러보던 천마총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무료 관람(054-740-75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