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험성적서 위·변조 군납업체 엄단해야

입력 2014-03-18 02:11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군수품 공인시험성적서 1차 검증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1월만 해도 군납 비리가 이 정도로 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기품원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검증을 벌여 34개 업체가 시험성적서 125건을 위·변조한 사실을 밝혀냈다. 침략과 도발을 일삼는 북한군과 대치한 상황에서 우리 군수품의 민낯을 본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분노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기품원은 2007년 11월부터 7년간 납품된 군수품 28만199건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241개 업체가 공인시험성적서 2749건을 위·변조한 사례를 적발했다. 1차 검증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피복·식재료부터 전차 헬기 전투기 등 무기체계에 이르기까지 주요 군수품에 대한 시험성적서가 조작된 것이다.

특히 K-2 전차, K-21 장갑차, K-9 자주포, K-55A1 자주포 등 기동화력장비에 사용되는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변조가 2465건으로 전체의 90%에 육박했다.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육해공군 장비와 무기들의 잦은 고장과 폭발사고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조사결과다.

기가 차다. 도대체 누구를 믿고 사랑하는 자녀를 군대에 보내야 한단 말인가. 기동화력장비와 기동헬기인 수리온,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 차기 호위함에 불량 부품들을 납품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이적행위일 뿐이다. 이런 무기와 장비들이 유사시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북한군이기 때문이다.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장병의 안위를 위협하고, 사기를 갉아먹고, 군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불법행위는 엄벌해야 마땅하다. 고의로 비리를 저지른 군납업체와 업자에 대해서는 한 번만 적발되더라도 시장에서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 짝퉁 부품을 정상 부품으로 교체하면서 생긴 피해와 군납업체가 챙긴 부당이익도 반드시 회수하기 바란다. 검찰은 기품원이 고발한 업체들을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