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선거, 영호남 정치적 편향을 경계한다
입력 2014-03-18 02:31
유권자가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말아야
정치학자 J 브라이스는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위한 최상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의 보증서”라고 했다. 지방자치가 성공해야 민주주의가 만개(滿開)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성공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방선거에서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단체장과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바람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영남과 호남의 경우 정치적 편향성으로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경향이 있어 반대 정당 소속 인재들이 발붙일 수가 없다. 새누리당이 6·4지방선거 광역단체장(시·도지사) 후보 공천 신청을 받은 결과 대구에서는 8명이 몰린데 반해 전북에선 단 한 명도 응하지 않았다. 광주에선 1명, 전남에서는 2명이 신청했다. 1∼2곳에는 집권당이 시·도지사 공천조차 하지 못하게 생겼다.
영남지역의 야당 사정도 별반 차이가 없다. 5개 시·도 가운데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만 일찌감치 민주당 깃발로 뛰고 있을 뿐 다른 지역은 잠잠하다. 부산에서 여론이 괜찮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안철수 의원의 동참 요청을 뿌리치고 끝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야당이 통합을 했음에도 무소속이 더 유리한 지역 정서를 감안한 것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쫙 갈라진 동서대립 구도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가 부활된 1995년부터 줄곧 이어지고 있다. 말이 지방선거지 전국적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중앙 정치권은 사생결단으로 선거를 지휘한다. 그러다 보니 망국적인 지역감정이 발동한다. 지역 바람으로 당선된 단체장의 경우 정당에 예속되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이는 지방자치의 퇴행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영호남에서의 정치적 편향성이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박 대통령의 대탕평 인사 약속 위반과 여야의 끊임없는 정쟁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지역편중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나 호남 홀대는 여전하다. 국정원 댓글사건 등을 둘러싼 극한 정쟁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성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야당이 이번 선거를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성격 규정을 한 만큼 여야 간 고공전은 다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당선자를 많이 내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지역편향 선거의 폐해는 관심조차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대선도, 총선도 아닌 지방선거다. 각 지역에서 주민자치를 실현해 나갈 우리 자신의 대표를 뽑는 선거다. 중앙 정치에 휘둘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모든 유권자가 후보자의 소속 정당 대신 인물 됨됨이를 보고 찍으면 중앙 정치권이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다. 영호남 지역에서의 여야 편향 투표는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