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어떻게 만든 ‘또하나의 약속’인데… 불법 파일서 이 영화를 지켜주세요

입력 2014-03-18 03:30


[친절한 쿡기자] “다 같이 지켜주세요.”

지난 13일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공식 트위터에 이렇게 끝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삼성반도체 사업장 근로자의 백혈병 사망 실화를 소재로 한 이 영화가 지난달 6일 개봉을 앞두고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제작사는 개봉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상영관을 늘려달라며 싸우고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이번엔 인터넷에 ‘불법파일’을 올리거나 받지 말아달라고, 발견하면 제보해달라고 네티즌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정말 있더군요.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영화를 IPTV, 디지털케이블TV, 인터넷미디어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된 날입니다. IPTV 등을 통해 무단 복제한 영화파일을 인터넷에 올리는 이들이 있는 것입니다. 저작권자와 제휴를 맺고 제공되는 파일의 정가는 8000원∼1만원입니다. 파일공유 사이트 같은 곳에 공짜 혹은 700∼800원의 헐값에 올라와 있다면 불법입니다.

인터넷 세상에서 영화의 불법파일이 나도는 것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불법파일이 나도는 모습에 더욱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대기업을 다뤘다는 점을 떠나 완성까지의 과정 자체로도 주목할만합니다.

영화의 총 제작비는 22억원(순제작비 10억원, 개봉비용 12억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위 ‘메인’들의 투자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 이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요. 제작사에 따르면 344일 동안 진행돼 지난 1월 24일 마감된 모금에 시민 8057명이 참여했습니다. 3억933만5000원이 모였습니다. 여기에 100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들이 12억원을 보탰습니다. “영화를 돈이 없어 못 만들 처지라면 우리라도 돕겠다”고 공감한 시민들의 뜻으로 15억원이라는 제작비가 생긴 겁니다.

이 영화는 독립영화가 아니라 상업영화입니다. 유례가 없는 현상입니다. 이런 도움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겁니다. 힘을 보태겠다고 나선 연예인들도 있었습니다. 배우 조달환과 개그맨 컬투(정찬우, 김태균)는 사비로 영화표 300장을 구매해 관람객들에게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쓴 ‘워낭소리’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이 영화가 상영 중 불법파일이 인터넷에 출몰해 수출에 치명타를 입은 게 5년 전입니다. 당시 제작사는 “참담하다”고 했습니다. 경찰에 최초 유포자를 찾아달라며 수사의뢰까지 했습니다.

불법파일이 계속 확산되면 또 하나의 약속도 워낭소리의 선례를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시민들이 힘을 실어주고 의미를 더한 문화콘텐츠의 행보에 다른 시민들이 고춧가루를 뿌려대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더 이상 연출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