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서울대학교병원 유방암 환우회 한국비너스회 “유방암 이겨낼 용기·희망 얻었어요”
입력 2014-03-18 02:10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로 바쁘게 살던 그녀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유방암’이 찾아들었다. 암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유방을 절제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유방암은 세상과 단절하게 만드는 ‘유리벽’과 같다. 예전과 다른 외형, 전보다 약해진 몸은 완치 후에도 그녀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지금 주변에서 유방암을 겪고 있는 여성이 있다면, ‘한국비너스회’에 가입할 것을 추천한다. 유방암의 길을 걷고 있는 환우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뿐더러, 유방암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삶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서울대학교병원 유방암환우회 ‘한국비너스회’에서 각각 회장과 부회장을 맡고 있는 유경희·박춘숙씨는 유방암을 졸업한, 유방암 선배들이다. 암 환자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에서 생기가 돋는다. 그들은 건강 비결로 주저 없이 한국비너스회를 꼽았다. 박춘숙 부회장은 “2002년에 암2기 판정을 받았다. 그 누구보다 건강을 자부했던 나였기에 유방암 판정은 큰 충격이었다.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가 없었고 시중에 판매되는 어떠한 암 관련 서적도 내 맘에 차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부회장은 “환우회를 통해 아픈 내 처지를 공감할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귀며 서로 마음을 나누다 보면 암에 대한 두려움은 차츰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한국비너스회는 2000년 창립되어 매월 등산, 일일찻집을 통한 불우환우 돕기, 포크댄스 교실 등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유방암 환자들에게 예전의 행복한 삶으로 돌아가는 있다는 의지와 용기를 심어준다. 유경희 한국비너스회 회장은 “나는 살기 위해 한국비너스회에 가입했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보다 먼저 겪었던 회원들의 경험담을 듣고 함께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며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유방암 환우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수술 전과 다른 유방의 모습이다. 모양이 변했거나 아예 없는 채로 살아야 한다. 박춘숙 부회장은 “한국비너스회에서는 정기적으로 목욕탕을 통째로 빌려서 가는데, 그동안 남들 시선 때문에 가지 못했던 그곳에서 서로의 아픔을 채워 가는 목욕을 한다. ‘몇 년 만에 오는 목욕탕’이라며 아이처럼 신이 난 환우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비너스회를 만든 노동영 서울대병원 유방센터 교수는 “창단 초기부터 7∼8년 동안은 모든 행사에 참여하며 열정을 쏟았다. 치료의 연장선이라는 개념보다는 함께 어울려 논다는 의미였으며 의사로서 환우들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노 교수는 “환우회 활동이 완치율을 높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암 동지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어갈 때, 예후는 좋아진다. 깊은 슬픔과 자괴감으로 얼룩진 투병생활이었는지, 반대로 사람과 삶, 행복의 의미를 찾아 가는 여행이었는지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환우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비너스회는 올해, 킬리만자로 등산에 도전한다. 이에 대해 노 교수는 “일반인도 어려운 코스지만 재발에 대한 두려움,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는 환우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한국비너스회는 전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알차고 순수한 단체다. 이 세상 모든 유방암 환우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