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기자의 암 환자 마음읽기] “왜 나인가…” 절망만 말고 나만의 ‘명의’ 선택 나서라

입력 2014-03-18 02:53


‘암’ 판정을 받은 이후, 하루바삐 치유를 향해 달려가야 하지만 ‘왜 하필 내가 암인가’라는 생각에 좀처럼 정신이 차려지지 않는다. 생존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실제 환우들이 겪는 일상 속 어려움은 여전하다.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어느 선생님께 치료를 받아야 할지, 어느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환자 본인도 그 가족들도 이런 문제들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가 힘들다.

암을 발견하고서 환자와 보호자가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자신의 담당 의사를 선택하는 일이다. 병원의 규모만 보고 찾아갈 것도 아니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위암에 OOO교수가 명의’라는 식으로 조언하는 것도 반만 새겨듣는 것이 좋다. ‘명의’라 해서 모든 환자에게 ‘좋은 의사’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 우선, 환자는 담당의사에 대한 명확한 선택기준을 세워야 한다. 좋은 의사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세워 정의해볼 수 있다. 첫째, 현장경험이 풍부한 의사, 둘째,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의사, 마지막으로 환자와 친밀도가 높은 의사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준은 서적이나 인터넷 등을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마지막 기준은 객관화하기는 어렵지만, 환우회를 담당하고 있거나 환자들과 소소하게 모임을 갖는 의사라면 권위적이기보다는 인간적인 면모가 강한 의사일 것이다.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의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환자 욕심이다. 따라서 반드시 어느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둘지 고민하며 의사를 선택한다. 선택기준에 따라 향후 치료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가령, 환자와 의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는 환자에게는 세 번째 기준의 의사가 좋은 의사일 것이다.

더불어 암 소견을 두 곳 이상에서 받는 것이 좋다. 이는 의사와 병원을 불신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암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서 찾아간 병원일수록 완치에 대한 확신보다는 불안감이 크다. 곰곰이 따져보고 환자가 확신에 차서 선택한 의사일 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치료가 시작된다.

또한 의사를 찾아갈 때는 맨몸으로 갈 것이 아니라 질문할 목록을 준비해 가자. 의사가 무작정 얘기해주길 기다리기보다는 환자가 먼저 암 유형이 어떠한지, 보험적용이 되지 않지만 효과적인 치료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최신 치료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보며 중요한 내용은 그 자리에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항암치료·방사선치료와 같은 기본적인 암 치료방법을 대략적으로 알고 간다면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귀동냥에 의존하기보다 기준을 세워 능동적으로 의사를 선택하는 일은 완치를 향한 첫걸음이다. 그리고 일단 의사를 선택했다면 그의 결정을 믿고 따라야 한다. 주치의를 믿지 못할수록 ‘OO가 어디에 좋다’는 식의 허황된 정보에 끌리기 마련이며 치료효과는 당연히 안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