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오네시모를 향한 바울의 사랑
입력 2014-03-18 02:23
빌레몬서 1장 1∼24절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이 골로새에 있는 빌레몬의 가정에 보낸 편지입니다. 바울은 빌레몬에게 편지를 보낼 때 로마에 가택 연금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편지를 옥중서신이라고 합니다. 예루살렘에서 죄수 신분으로 로마로 끌려간 바울은 2년 동안 연금돼 있으면서도 여전히 담대하게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사명자로 일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종교개혁가인 칼뱅은 빌레몬서에 대해 “겸손이 꽃처럼 피어나는 책”이라고 했고, 루터는 “기독교 사랑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극찬했습니다.
먼저 본문 1∼3절을 보면 바울은 형제 디모데, 동역자 빌레몬, 자매 압비아, 함께 병사된 아킵보라는 표현을 씁니다. 지금 언급된 사람들은 자신을 통해 복음을 받았고, 제자가 되었고, 나이도 어린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해 스스럼없이 형제, 자매, 동역자, 함께 병사된 자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이들을 사도인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을 낮추는 것이며 동시에 상대방을 존중하고 높이는 태도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 안으로 부름 받은 우리는 받은 은사가 다르고 달란트가 상이하기에 신앙생활하는 모습들이 다를 수 있습니다. 또 신앙의 수준도 다를 수 있지만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 3:28)라는 평등의식에서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신앙의 연륜이나 직분의 몰이해로 인한 계급주의로 윽박질러서는 안 됩니다. 바울이 그러했듯이 한 형제로서의 사랑과 존경을 보여줘야 합니다.
바울은 철저하게 제자인 그들에게도 동역자의 윤리를 지키고 보여주었습니다. 바울은 심지어 오네시모라는 빌레몬의 집에서 도망친 노예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서 많은 정성을 들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본문의 오네시모는 빌레몬의 노예였습니다. 당시 노예가 도망가는 일은 빈번했지만 붙잡히면 십자가형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노예를 형제로 받아주고, 형제처럼 여기는 것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1:16). 그리고 아마도 오네시모는 도망을 가면서 빌레몬 재산의 일부를 훔쳐간 것 같습니다. 바울은 오네시모가 행한 불의나 빚진 것이 있다면 그것도 자신이 갚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1:18).
바울의 이런 사랑의 실천을 통해 오네시모는 에베소교회의 감독이 됩니다. 죄인이었고, 노예였고, 도망자였던 오네시모가 바울에게 복음을 듣고 교회의 감독이 된 것입니다. 안디옥교회의 감독인 이그나티우스는 그 오네시모가 바울서신을 수집했다고 증언합니다. 다시 말해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신약성경 중 13권의 바울서신 중 상당수가 당시 에베소교회 감독이던 오네시모에 의해 수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동역자 간에 곁에 나타난 어떤 한 모습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이상한 눈초리로 볼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아 장점을 발견해야 합니다. 오래 보아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 상대의 모습에서 ‘오네시모’라는 보물을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웃에게 사랑을 더하여 바울처럼 사랑의 진수를 보여줍시다.
김종식 목사 (화순 다사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