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故 고혜륜양 부모, 학교에 장학금 2억 기탁
입력 2014-03-17 16:38
[쿠키 사회] 지난달 17일 발생한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로 목숨을 잃은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 고(故) 고혜륜(18·아랍어과) 양의 소망과 사랑이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17일 부산외국어대학교에 따르면 혜륜 양의 아버지 고계석(49)씨 부부는 지난 14일 오후 부산외대를 방문, 정해린 총장 등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 장학금으로 현금 2억 원을 전달했다.
고씨 부부가 장학금 기부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딸이 생전에 남긴 ‘소망 노트’에 있다. 유족들은 고 양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대학 졸업 후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계획이 적힌 노트를 발견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고씨 부부는 “평생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져보지 못한 큰돈을 딸의 죽음에 대한 보상금으로 받았다. 혜륜이를 생각하면 허투루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 씨는 울산의 한 조선업체 기술분야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부유하지 않은 살림인데도 선뜻 거액을 기부한 유족의 뜻에 많은 사람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고씨는 “사고가 나기 일주일 전 혜륜이가 동생과 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딸이 생각날 때마다 동영상을 볼 수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부산외대 측은 ‘혜륜이 장학금’을 만들어 성적 상위 10%의 학생과 교수 추천 학생 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고 씨 부부는 학교 장학금 기부액을 제외한 나머지는 호주 북동쪽 섬나라 바누아투 공화국의 유치원 건립 등 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참사 발생 다음날 고 씨 가족이 다니던 교회에 바누아투 교민들이 방문한 게 인연이 됐다. 바누아투의 교육 인프라가 열악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힘을 보태기로 했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