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국가 암정복추진기획단 이승훈 단장 “국산 신약 개발 통한 항암주권 확보 시급”

입력 2014-03-18 02:59


“암(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투자와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암 치료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는 암도 불치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처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 되고 있습니다. ‘암정복의 길’ 멀지 않았습니다.”

지난 7, 8기에 이어 제9기 국가 암정복추진기획단을 이끌고 있는 이승훈 단장(국립암센터 연구소장). 그는 우리나라 암 연구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공로로 지난 2012년에 국민훈장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암정복추진기획단’은 정부가 ‘암정복 10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1996년에 착수한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립암센터에 설치한 기구다.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은 한국형 암의 원인 및 기전을 규명하고, 효과적인 암 예방·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 산·학·연 소속 암 연구자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승훈 단장은 “암정복추진기획단은 정부가 암 정복을 위해 10개년 계획사업을 추진한 이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실제 암 환자의 완치라고 여겨지는 5년 생존율이 지난 1993∼1995년 41.2%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2011년 5년 생존율은 66.3%로 증가했다. 이 단장은 “암 성적이 좋아진 이유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국민 50%에게 조기 암검진 사업을 하고 있어 암의 조기 발견이 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더불어 표적치료제 도입, 암 치료기술 발전 등으로 치료 성적이 향상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과거에는 암이라는 것이 무서운 병, 숨기고 싶은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암센터가 보편화되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죠.”

이 단장은 “암센터가 보편화되자 국민의 암에 대한 인식도 바뀌게 됐다”며 “이는 일본도 부러워하는 것”이라고 했다. 2001년 국립암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최근 대학병원도 암센터를 줄줄이 설립했다. 또한 정부도 전국에 지역암센터를 설립하면서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암 치료가 제공되고 있다.

암정복추진기획단의 장기적인 목표는 항암신약개발 등을 통해 암에 대한 치료 성과를 이루는 것이다. 이 단장은 “글리벡을 시작으로 이레사, 허셉틴, 넥사바 등 고가의 표적치료제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14조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암 정복을 위해서는 “국산 항암신약 개발을 통한 ‘항암 주권’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며 이것이 창조경제”라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는 현재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항체치료제 등 3개 항암신약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또 ‘시스템통합적 글로벌 항암제개발사업단’을 설립해 외부 기관과 함께 6개 항암신약 물질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는 “국산 신약이 기초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개발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다각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도 국가적으로 암 연구를 종합적으로 기획·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 단장은 강조했다. 실제 미국은 미국국립암연구소가 총괄해 전국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가적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암유전체 빅데이터 정보를 구축해 전 세계에 공개하고 있다. 그는 “경쟁보다는 공유와 협력을 강조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며 “암 연구 드림팀을 만들어 암 생존율을 얼마나 향상시키는가에 초점을 두고 암 연구를 수행하게 해야 암 정복을 위한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