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육아고충 콕콕 짚어주는 tvN ‘전투육아’ 동명의 블로그 표절 의혹… 해명에도 씁쓸

입력 2014-03-17 02:50


[친절한 쿡기자] 케이블 채널 tvN의 ‘SNL 코리아’가 인기입니다. 다양하게 세상을 풍자하는 코너들 덕분이죠. 그 중에서도 최근 시즌 5를 맞아 신설된 ‘전투육아’는 아이를 낳은 부모가 육아를 하며 겪는 고된 경험을 재미있게 엮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육아의 고충을 잘 비췄다는 평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전투육아’라는 이름 때문입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동명의 육아 블로그가 인기를 얻고 있었던 것이죠. 심지어 방송에서 다루는 에피소드들은 블로그 내용과 아주 유사합니다. 결국 일부 시청자들이 “‘SNL코리아’가 ‘전투육아’ 블로그에 동의를 얻어 코너를 개설한 것이냐”고 블로그 운영자 ‘엔즈’에게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엔즈는 “tvN ‘전투육아’ 제작진과는 사전에 접촉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표절이 아니냐”는 문의가 빗발쳤고 ‘전투육아’ 측은 “우리는 그런 블로그가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표절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사전조사 미비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엔즈는 “최근 tvN에서 블로그 브랜드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tvN과 파워블로거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모르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노골적인 표절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씁쓸한 뒷맛이 남았습니다.

표절이 문제된 것은 ‘전투육아’뿐이 아닙니다. 방송사들의 무분별한 외부 표절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MBC ‘무한도전’은 오래 전부터 일본의 ‘스마스마’(Fuji TV) ‘가키노츠카이’(日本 TV) 등의 예능 프로그램 포맷을 표절해 도마에 올랐었습니다. 최근 히트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만화 ‘설희’의 작가 강경옥씨와의 법정공방이 시작됐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는 미국 드라마 ‘뉴 암스테르담’(2008·FOX TV)과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 등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받았죠.

그러나 표절이 확인된 프로그램 제작진이 처벌을 받았다거나 자숙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방송사들은 오히려 히트한 프로그램들을 표절·재생산하는 ‘복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옆 방송을 기웃거리는 일도 빈번합니다. 어린이들이 아빠와 여행하는 MBC ‘아빠 어디가’가 히트하니 아이들의 성장을 그린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만들어지고, 노년의 남자 배우들이 함께 여행하는 tvN ‘꽃보다 할배’가 화제가 되니 노 여배우들을 모아 여행을 보내는 KBS2 ‘마마도’가 생기는 식입니다. 시청자들은 “부끄럽지 않냐”고 비판하지만 방송사들은 뻔뻔하기만 합니다. “수요가 있으니 프로그램이 생기는 것”이라는 변명은 지겹기까지 합니다.

타성에 젖어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표절하는 작품은 수명에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프로듀서 여러분, 혹시 ‘제작자로서의 양심’도 표절하고 계신 것은 아니겠지요?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