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실종 여객기 더 커진 의문점들… 조종사 자작극? 무슬림 납치 테러?

입력 2014-03-17 02:32


지난 8일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가 통신 시스템 작동 중지 후 예정 비행경로를 벗어나 정반대 방향으로 수시간 비행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다시금 항공기 납치 또는 테러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실종 여객기 조종사들의 집을 수색하고 승무원·승객의 개인 신상 조사를 강화하는 등 수사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많다.

◇조종사의 납치 자작극인가=말레이시아 경찰은 16일(현지시간) 실종 여객기를 조종한 자하리 아흐마드 샤(53) 기장의 자택에서 가상 비행 시뮬레이션 장치를 수거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샤 기장과 파리크 압둘 하미드(27) 부기장의 자택을 2시간 정도 수색했다.

수사 대상을 조종사로 급속히 좁힌 것은 실종 여객기가 예정 경로를 틀어 수시간 비행한 정황상 조종 경험이 있는 숙련된 인물이 개입됐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정 경로를 벗어나기 전 통신 시스템 작동이 고의적으로 꺼진 점에 주목, 실종 여객기 이륙 직전 여객기와 접촉했던 항공기 엔지니어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8일 0시41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륙한 지 20분이 지난 오전 1시1분부터 실종 여객기의 통신 시스템 작동이 멈췄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항공 관제센터는 이어 20분이 지난 오전 1시21분 실종 여객기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때만 해도 예정 비행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말레이시아 동해안 위를 날고 있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군 당국의 레이더에 포착된 실종 여객기의 다음 위치는 예정 항로에서 한참 벗어난 말라카 해협 부근이었다. 라작 총리는 “실종 여객기가 말레이시아 반도를 비행하다 급작스럽게 북서쪽으로 기수를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샤 기장과 하미드 부기장에 대해 뚜렷한 범행 동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1년 말레이시아 항공에 입사한 샤 기장은 1만8000시간 이상 비행을 기록한 베테랑 조종사로 평소 가상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겼다. 경찰은 수거한 비행 시뮬레이션 장치를 통해 이번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샤 기장의 직장 동료나 주변에선 “비행에 열정적인 선배이자 모범적인 이웃”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2007년 말레이시아 항공에 입사한 하미드 부기장도 2011년 조종석에서 여성과 찍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으나 딱히 범행 동기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중산층 출신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무슬림이다.

라작 총리는 “실종 여객기가 이륙 후 7시간 이상 신호음을 발신한 것도 확인됐다”며 “마지막 교신 후 6시간 넘게 비행한 것으로 볼 때 실종 여객기는 중앙아시아 또는 남인도해까지 도달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 수색이 중단되고 안다만과 벵골만 등 인도양으로 수색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인도해는 바다의 면적이 넓고 수심이 깊어 이 지역에 항공기가 추락했다면 수색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3의 인물에 의한 납치 또는 테러인가=조종사가 아닌 탑승객 중 누군가가 항공기 납치나 테러를 시도했을 수 있다. 도난 여권으로 탑승한 승객 2명이 다시금 주목되는 이유다. 각기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인으로 위장해 탑승한 이들은 불법 유럽 이민을 시도하던 이란인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이란인 브로커를 통해 가장 싼 항공편을 구해 유럽 이민을 시도한 정황만 나올 뿐 실종 여객기를 노린 동기가 석연치 않아 범인으로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납치나 테러라면 통상 범행 주체가 자신을 드러내고 요구사항을 내거는 게 수순이지만 지금까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나 개인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의문을 증폭시킨다.

말레이시아의 무슬림 무장세력이 과거 9·11테러와 유사한 테러를 기획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오면서 이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출신 무슬림 사지드 바닷은 1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오사마 빈 라덴의 사위 술레이만 아부 가이스의 재판에서 동영상 증언을 통해 말레이시아 무슬림 무장세력을 언급하며 “9·11테러와 비슷한 여객기 납치를 실행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말레이시아에서 과격 무슬림은 소수에 불과한 데다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은 여객기 납치 내지는 테러를 시도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이 비등하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