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실종機 승객 가족들의 좌절
입력 2014-03-17 02:36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만이라도 알고 싶을 뿐.”
중국 베이징 시내 차오양(朝陽)구 장타이(將台)로에 있는 리두웨이징(麗都維景)호텔. 이곳 2층 대형 홀에는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에 탔던 중국인(153명) 가족들을 위해 항공사 측이 마련한 임시대책본부가 들어섰다.
여기에는 기자회견장, 가족 휴식공간, 최신 정보실, 항공사 사무실은 물론 기도실도 자리 잡았다. 피붙이의 생사조차 모르는 가족의 마음을 살핀 셈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항공사 측이 흥분한 가족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8일 낮 이후 이곳에서는 공황, 혼란, 비통, 의심, 냉정이 수시로 교차했다. 이제 ‘실낱같았던 희망도 접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표정이 늘어가고 있다.
실종 8일째인 15일 낮 휴식 공간에서 무표정하게 TV를 보던 50대 여성은 “사고 진상조차 정확하게 알 수가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다”면서 맥없이 고개를 떨궜다.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가라 앉아 있었다.
지난 13일 밤 이곳에 들렀을 때 무슨 이유인지 흥분한 젊은 남자가 “넌 누구야?” “기자면 뭘 해”라면서 나가라고 밀어붙이던 것과는 판이했다. 항공사 측이 이날 설명회를 통해 조종사 통화기록 등을 공개하면서 가족들의 궁금증을 다소나마 풀어줬기 때문이 아닌가 보였다.
한쪽 벽에 설치된 대형 TV의 채널은 중국 CCTV가 아닌 홍콩 봉황(鳳凰)TV에 맞춰져 있었다. 중국 관영 언론에 대한 이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TV뉴스에서는 여객기가 납치된 게 확실하다고 말레이시아 관리가 밝혔다는 AP통신 보도를 내보내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연락 두절.’
중국 언론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이렇게 부른다. ‘사고’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임시대책본부에서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승객 가족’이라고 할 뿐 ‘유가족’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임시대책본부 장소인 위쉬안팅(雨軒廳)에서는 이번 일이 벌어지기 전에는 결혼식이 열리곤 했다. 삶의 아름다움을 축복했던 이곳에서 벌어지는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의 몸부림. 그들이 느끼는 가장 큰 좌절은 여전히 기체 잔해마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