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살처분시 ‘미생물 첨가’ 매몰 논란

입력 2014-03-17 02:36 수정 2014-03-17 11:35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살처분 매몰 시 미생물을 활용한 편법 매몰 방식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초로 AI가 개에 감염된 충남 천안의 닭 농장도 이 방식을 이용했다.

방역당국은 그러나 지금까지 살처분된 닭과 오리 중 몇 마리가 이 방식으로 매몰 처리됐는지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16일 AI가 발생한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전남과 충남을 중심으로 다수의 지자체들이 살처분 사체 매몰방식으로 ‘호기성 호열성 미생물 처리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땅을 50㎝ 정도 판 뒤 미생물 배양토와 배양액을 사체와 함께 매몰해 미생물 번식에 의해 가축을 분해하는 방법이다. 충남의 경우 살처분된 닭과 오리 126만 마리 중 약 90만 마리가 이 방식으로 매몰 처리됐고 전남은 90% 이상 이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들이 앞 다퉈 미생물 활용방식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몰 방법이 간편하다는 점이다. 땅을 깊게 안 파고 50㎝ 정도만 파기 때문에 작업시간이 일반 매몰방식보다 단축된다. 또 사체 분해 시기가 평균 3년에서 3∼6개월로 단축돼 매몰지 관리 비용이 덜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이 방식만으로 매몰하는 것은 정부가 정해놓은 ‘AI 긴급행동지침’에 위배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미생물 활용방식은 매몰방식이 아니다. 원칙대로 매몰한 뒤 부패를 빨리 시키기 위한 보조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AI 긴급행동지침에는 ‘살처분된 사체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등 대형 저장조에 사체를 넣어 친환경적 처리를 원칙으로 하며, 부득이하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매몰할 경우 사체의 신속한 분해를 돕기 위해 미생물 처리를 권장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미생물 활용 방식을 보조가 아닌 주된 유일한 매몰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 방식은 새롭게 개발된 비매몰 처리방식”이라며 “땅을 팔 필요도 없이 비닐하우스 안에 사체와 배양액을 섞어 쌓아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땅을 판다 해도 50㎝만 파기 때문에 매몰지를 2m 이상 깊이로 파도록 돼 있는 AI 긴급행동지침에도 위배된다.

이 방식은 또 2011년 12월에 AI 긴급행동지침에 새롭게 참고 자료로 포함됐기 때문에 이번 AI 사태가 전국적인 첫 적용 사례다. 정부가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고 하지만 보조가 아닌 주된 매몰방식으로 무분별하게 활용될 경우 토양 오염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매몰방식을 선택하기 때문에 미생물 활용법이 전국적으로 몇건 이뤄졌는지 알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