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FTA 현황과 전망’] 지금 세계는 경제블록 영역다툼 총성 없는 전쟁
입력 2014-03-17 02:27
자유무역협정(FTA)을 무기로 지역경제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경제블록 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새로운 판짜기가 뜨겁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가 이끌고 있는 옛 소련 경제블록과 유럽연합(EU)이 충돌하면서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6일 ‘최근 주요국 FTA 추진 현황과 2014년 전망’ 보고서를 내고 각 경제블록의 영역다툼이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유럽에서 EU와 러시아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U는 동유럽의 EU 미가입국과 옛 소련의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FTA를 추진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이들 국가의 EU 가입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CIS국가를 끌어들여 유라시아경제연합(Eurasian Economic Union)을 출범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분쟁은 두 세력권이 맞붙으면서 터졌다. EU가 속도를 내고 있던 아르메니아·몰도바·조지아 등과의 FTA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러시아의 개입이 주된 원인이다.
아시아·태평양에서는 미국이 중심이 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경제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형국이다. 중국이 TPP 참여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역학구도에 일부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TPP와 RCEP를 앞세운 미·중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남미에서도 총성 없는 전투가 치열하다.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이 참여하는 신흥 경제블록 태평양동맹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을 위협하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국이 1995년 출범시킨 메르코수르는 베네수엘라까지 합류하면서 그동안 중남미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경제규모가 큰 선진국이 동시다발로 FTA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는 다자통상협상(도하개발어젠다·DDA)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양자 통상협정인 FTA에 주목한 것이다. 무역을 통한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선진국들에게 FTA 확대, 경제블록 출범은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 잡았다.
국제무역연구원은 “FTA 환경 변화는 국제 통상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 오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역내 경제통합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한발 빠른 FTA 추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