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콩팥 건강

입력 2014-03-17 02:32


콩팥은 침묵의 장기다. 탈이 나도 초기엔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다. 그래서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콩팥병이 꽤 많이 진행된 상태이기가 쉽다. 많은 사람들이 콩팥병에 대해 막연히 공포감을 갖게 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일단 콩팥병에 걸리면 콩팥은 지속적으로 나빠진다. 다행히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만성 콩팥병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말기 신부전 환자는 10년 주기로 배씩 증가했지만 요즘엔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및 치료 노력에 힘입어 그 증가세가 많이 꺾인 상태다.

현대의학은 병이 있다고 해도 자연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완치된 것으로 간주한다. 예컨대 병원에서 허리 디스크 치료를 받고 난 뒤 자연사할 때까지 허리가 더 아프지 않고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경우 디스크가 완치된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이 때의 완치 의미는 허리 디스크가 발병하기 이전의 상태를 완벽하게 회복했다는 뜻이 아니다. 콩팥병 극복하기 역시 이와 비슷한 이치로 설명된다. 본래의 콩팥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큰 탈 없이 지낼 정도가 되면 콩팥병을 이겨낸 것으로 본다. 콩팥병의 한 종류인 사구체(IgA)신염은 이 기준으로 완치율이 약 33%에 이른다.

콩팥에는 기본 작용을 하는 작은 기관이 여러 개 있는데, 이를 ‘콩팥 단위’라고 한다. 이 콩팥단위는 어릴 때 약 200만개에서 나이를 먹으며 점차 줄어들게 돼 있다. 일종의 노화 현상인 셈이다. 60대에 이르면 그 숫자는 약 100만개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다. 물론 콩팥단위가 이렇게 절반 정도 줄었다고 콩팥 기능까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콩팥 기능을 훼손하는 최고 위험인자는 당뇨와 고혈압이다. 이들 질환이 없으면 콩팥이 노화돼도 콩팥병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뇨나 고혈압이 있으면 노화와 함께 콩팥 모세혈관이 급속히 망가지게 된다. 결국 만성 콩팥병에 의한 말기 신부전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반적으로 콩팥병 환자는 35∼45세의 콩팥 기능을 100%로 봤을 때, 그 이후 연평균 1.5∼3%씩 감소한다고 보면 된다. 만약 콩팥병이 없다면 그 기능 감소율은 연간 0.3∼0.5%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콩팥병 환자가 당뇨 또는 고혈압을 합병하고 있으면 콩팥기능 감소 폭은 이보다 훨씬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나이 든 이후에도 정상 기능의 콩팥을 유지하려면 가능한 한 당뇨와 고혈압을 피해 이 감소 폭이 완만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성권 서울K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