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1.5ℓ로 100㎞ 주행… 제네바모터쇼에서 만난 ‘미래의 주인공’ 친환경차

입력 2014-03-17 02:18


제84회 제네바모터쇼가 16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번 모터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소형차의 재발견’이다.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자동차 등 최근 다른 모터쇼를 점령했던 친환경차는 한 박자 쉬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미래의 주인공’ 친환경차를 차고에 두고 모터쇼에 나온 업체는 찾기 힘들었다.

친환경차 중 가장 큰 관심을 끈 차는 폭스바겐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골프 GTE’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말한다. 충전된 전기가 다 떨어지면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해 주행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중간 단계다.

모터쇼장에 전시된 흰색 골프 GTE의 옆면에는 ‘204hp(마력), 1.5ℓ/100㎞’라고 적혀 있었다. 100㎞를 가는 데 연료 1.5ℓ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다. 204마력은 구동력을 포함한 시스템 전체의 힘을 나타낸다. 하이브리드 차량이지만 웬만한 고급차 못지않은 주행성능을 갖고 있다. 최고속도는 222㎞/h이고,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이 7.6초에 불과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유럽의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고도 남는 35g/㎞에 불과하다. 한번 충전과 주유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939㎞. 올가을 출시 예정이다.

BMW는 전기차 i3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i8을 전시했다. 둘 중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i8을 쳐다보는 시선이 뜨거웠다. 명찰이 붙어 있지 않았다면 기름 낭비가 심한 스포츠카로 착각할 만큼 멋진 외관을 자랑했다. 양쪽 문이 나비가 날개를 펴듯 천장을 향해 열린다. 4.4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하고 최고속도가 250㎞에 달하는 등 뛰어난 주행성능을 갖고 있다. BMW가 모터쇼에서 강조한 것은 레이저 라이트 기술이었다. 일반 LED 램프에 비해 가시거리를 2배로 늘려주는데 자동차에 탑재하기는 세계 처음이다. 노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은 “어두운 고속도로에서 300m가 아니라 600m 앞이 환해지는 것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레이저 라이트는 에너지 효율을 30%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다. 최근 일부 외신은 i8이 오는 6월 출시될 예정인데 차를 사겠다는 요청이 공급가능 물량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국내에는 하반기에 출시된다.

일본 업체들은 독특한 모습의 친환경차를 내놨다. 닛산은 지난해 11월 도쿄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블레이드 글라이더’를 전시했다. 앞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삼각형 모양으로 앞좌석 가운데에 운전자 1명, 뒷좌석에 2명이 탈 수 있는 구조다. 차체 상당 부분을 탄소섬유로 만들어 무게가 일반 차의 절반가량이다. 닛산은 전기 화물차 e-NV200도 선보였다.

도요타는 콘셉트카 2종을 전시했는데 중형 연료전지차 FCV와 그야말로 미래차라고 부를 수 있는 FV2다. FV2는 운전대가 아니라 몸으로 운전하는 차다. 몸을 좌우로 움직이면 그에 따라 자동차도 방향을 바꾼다.

국내 업체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수소연료전지 콘셉트카인 인트라도를 처음 공개했고, 기아자동차는 전기차 쏘울EV를 선보였다. 인트라도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돼 무게가 60% 가벼워졌다.

신차나 콘셉트카 없이도 관람객을 끌어들인 곳은 최근 전기차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의 전시장이었다. 미국 업체인 테슬라는 현지에서 유럽시장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슈퍼차저(테슬라 충전소)를 확충하고 서비스센터를 30곳 이상 늘려 유럽에서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 연말이면 테슬라 전기차로 유럽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의 명가 도요타도 “올해 하이브리드 신차를 15종 내놓겠다”며 친환경차 전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