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연중기획 착한교회] (5) 서울 노원구 예수사랑교회

입력 2014-03-16 18:09 수정 2014-03-17 09:48


“호박죽 한 그릇에 쾌유의 마음 담았어요”

달콤한 호박죽 냄새가 교회 안에 가득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 노원로 예수사랑교회(김진하 목사)의 4층 식당 주방에서 김유정 권사는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큰 솥에 호박죽을 끓이고 있었다. 김 권사는 “몸이 아파 식사를 잘 못하는 분들이 드실 죽이기 때문에 더욱 정성스럽게 준비해야 한다”며 주걱으로 연신 호박죽을 저었다. 식당 한쪽에서는 또 다른 성도들이 오징어볶음과 김치, 콩나물무침과 전 등의 반찬과 밥을 도시락에 담고 있었다.

이들은 예수사랑교회 병원선교 팀이다. 예수사랑교회는 2004년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호박죽 500인분을 만들어 교회 인근 원자력병원에, 직접 싼 도시락 200여개는 경희대병원과 을지병원, 한양대 구리병원에 전달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호박죽 약 25만 인분, 도시락 10만여개를 전달한 셈이다.

병원선교는 김진하 목사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김 목사는 “1999년 교회 건축을 앞두고 심근경색으로 9일간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가만히 보니 병원에는 환자 보호자들을 비롯해 투석을 하거나 통원치료를 받다가 때를 놓쳐 식사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몸도 마음도 약해져 있는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는 것이 우리 교회가 할 일 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교회 건축이 끝난 후 즉각 병원선교팀을 구성해 심정숙 전도사에게 운영을 맡겼다. 심 전도사는 2001년부터 주중에 한양대 구리병원 원목으로 섬기고 있었다.

처음 한양대 구리병원에 도시락을 전달했다. 시간이 갈수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소문이 퍼지자 도시락을 제공해 달라는 인근 병원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원자력 병원에서는 항암효과가 뛰어난 호박죽을 만들어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김 목사는 “병원선교에 대한 생각은 내 머리에서 나왔지만 성도들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이 없었다면 절대로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요일마다 이른 아침부터 40여명의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직접 도시락을 싸고 호박죽을 쑤어 정성껏 포장을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사역이다.

심 전도사는 “새벽부터 음식 장만으로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하지만 보호자와 환자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줄 때 얻게 되는 보람과 기쁨 때문에 교우들은 수고를 자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 준비는 매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교회가 따로 제정한 병원선교헌금을 통해 대부분 충당하고 있다. 김 목사는 “이웃을 위한 봉사에는 성도들이 몸을 아끼지 않는다”며 “병원선교가 교회 안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완성된 호박죽과 도시락은 보온통에 담겨 배정된 차량에 실려 각 병원으로 이동했다. 오전 11시30분 쯤 도착한 원자력병원 8층 병동 복도에는 환자들 수백명이 호박죽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원자력병원교회 서성철 목사는 “예수사랑교회 호박죽은 환자들에게 최고의 인기 식사”라며 “한두 번은 누구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10년을 한결같이 해 왔다는 데서 성도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수사랑교회는 이외도 성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다양한 사역을 펴고 있다. 2005년부터는 매년 태국, 몽골, 필리핀 등지에 고전무용, 사물놀이 워십팀, 마술팀 등으로 구성된 60여명의 문화선교단이 방문해 공연을 하고 있다. 문화선교단은 2010년부터 5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해 연간 45회 공연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전 교우들이 필리핀 산지부족인 아이따 족을 위한 사랑의 쌀 나무 후원과 1대 1 결연 후원, 선교카페와 물품 판매 수익금 헌금, 선교헌금 기부 활동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프리카 케냐 투르카나 지방에 우물파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