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임시국회 열어 기초연금법 등 처리해야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 조작 의혹사건 등 국민적 관심사가 한둘이 아닌데도 우리 정치권은 아무 말이 없다. 상당수 의원들은 외유에 나섰고, 신당을 출범시킨 야권과 6·4지방선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여권은 선거에 온통 정신을 뺏기고 있다. 국회의원입네 목소리를 높이면서 민생은 내팽개친 이런 정치인들이 과연 의원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달 들어 해외에 나갔거나 나갈 예정인 의원이 정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명선에 달한다. 올 초 외유를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예결위 의원 12명조차 미국 호주 등으로 출국했다. 상임위별로 삼삼오오 무리지어 해외로 나가는 데는 여야 구분이 없다. 외유 갈 때는 타당성 등을 심의하겠다던 지난 대선 때의 다짐은 꿩 구워 먹은 자리가 됐다.
3월에는 기초연금법 처리 등 필수적인 민생법안뿐 아니라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둔 관련법 통과도 필요했지만 이들은 외면했다.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지급해야 할 기초연금 20만원은 법이 통과되지 않아 당초 예정인 7월을 넘기게 됐다.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가 요청했던 원자력방호방재법도 2년째 감감 무소식이다. 이 법이 통과되지 않아 우리가 주도한 핵테러억제협약(ICSANT) 등 2개 협약이 정작 우리 국회에서 비준되지 못하는 망신을 자초했다.
정당의 존재 이유가 선거라는 큰 행사를 치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최근 정치권의 행태는 지나치다.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지역 일꾼을 뽑는 것인데도 여야 의원들이 마치 지역사령관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자기 사람을 심어 향후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 때 운동원으로 삼으려는 계산이라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정치권이 선거에 눈이 팔린 사이 국정원 간첩 증거 조작사건은 양파껍질 벗기듯 의혹만 꼬리를 물고 있으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은 피해 규모가 정부의 당초 발표를 훨씬 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련 상임위는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이런 국회의원들에게 억대의 세비를 꼬박꼬박 줘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회 정보위원장과 여당 간사는 상임위 한 번 열지 않고 시장이 되겠다고 공천 싸움에 정신이 팔렸으니 국정원이 제 정신을 차리겠는가.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대책을 내놨지만 법안 처리가 제때 되지 않아 재건축 규제 완화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도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뚜렷한 방향성 없이 갈지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민생은 외면하면서도 특별감찰 대상에 국회의원은 빼는 얌체 짓마저 서슴지 않았다.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의 공익을 위해 행사해야 하는 입법권 남용이다. 선거에 목매지 말고 하루 빨리 국회 문을 여는 것이 그나마 국민들의 원성을 줄이는 길이란 점을 분명히 밝힌다.
[사설] 國政은 뒷전이고 선거에만 관심 쏟는 정치권
입력 2014-03-17 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