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귀난치병 환자 돌보는데 국가가 나서야

입력 2014-03-17 02:31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에서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25년간 돌보던 50대 아버지가 “아들아, 미안하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집에 불을 질러 아들과 동반 자살했다. 2007년에는 전남 담양에서 한 아버지가 유전성 희귀난치병으로 20년간 투병한 아들의 산소호흡기를 떼 숨지게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의 생명을 제 손으로 끊을 수밖에 없었던 아비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가늠조차 어렵다.

식물인간이나 희귀난치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말 그대로 생지옥에 산다. 치료는커녕 무슨 병인지 몰라 전전긍긍하다 병명을 알게 돼도 치료 가능성이 거의 없어 절망한다. 치료방법이 있더라도 막대한 비용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것은 순식간이다. 희귀난치병을 앓는 아들이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차라리 빨리 세상을 떠나라고 기도했다는 한 어머니의 고백은 난치병 환자 가족들이 받는 고통이 어떤지를 웅변한다.

보건복지부가 2001년부터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을 한다지만 새 발의 피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7000여종의 희귀질환 중 134종만 의료비 지원혜택을 받는다니 제도가 있으나 마나다. 국내 희귀질환자는 13만여명에 달하지만 의료비 지원을 받는 중증 희귀난치성 질병 환자는 17%인 2만3000명이다.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는 일이 시급하다.

의료비 지원 대상 환자라도 실제 지원을 받기까지 수개월∼수년씩 걸리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복잡한 행정절차는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한 대로 쳐부수어야 할 ‘암덩어리 규제’다. 희귀난치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만큼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100조원 복지시대라지만 정작 벼랑 끝에 내몰려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복지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희귀난치질환도 암·심장병 등 4대 중증질환처럼 국가 관리와 지원이 절실하다. 희귀난치질환을 가족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국가의 책임 방기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