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미디어비평] 케이팝스타3, 서바이벌 오디션의 새 장르를 개척하나

입력 2014-03-14 19:44 수정 2014-03-15 13:51

[김경호의 미디어비평] SBS의 서바이벌 오디션 ‘K-POP STAR 시즌3’(K팝스타3)는 대중음악이 얼마든지 클래식 못지 않게 높은 품격을 갖춘 예능장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과 참가자들의 뛰어난 가창력, 촌철살인의 심사위원 3인의 심사평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나 드라마 못지 않은 반전과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MBC의 ‘나는 가수다’ 시즌1·2를 통해 시청자들이 음악이 얼마나 뭉클한 감동과 행복감을 주는 장르인지를 알고 있는 탓일까. K팝스타의 치열한 오디션 서바이벌 뒤에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여운을 짙게 가슴에 남긴다.

오디션 경연프로그램은 일반 드라마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과는 장르의 포맷이 매우 다르다. 2010년 Mnet ‘수퍼스타K2’(슈스케2)에서 ‘환풍기 수리공’ 출신 허각과 ‘아메리칸 아이돌’ 존박이 떠오르면서 전국은 새로운 오디션 열풍에 빠졌다. 무려 134만명이 출사표를 던진 기록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있다. 이른바 ‘리얼리티 오디션 서바이벌’이 예능소재로서 대박 가능성을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SBS의 ‘K팝스타3’은 스타급 가수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오디션 경연이 이젠 음악적 소질이 있다면 무명도 가수가 되는 새로운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허각과 같은 다양한 경험의 참가자들이 꿈을 갖고 도전장을 내면서 매회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K팝스타3는 슈스케의 경연포맷의 연장물이다. 지난 9일 16회를 방송한 K팝스타3는 본격적으로 사활을 건 각축전으로 치닫고 있다. 가창력을 보면 단순한 노력만으로 안되고 천재성을 타고나야하는 것 아니냐 할 정도로 최고 수준의 예비스타들로 압축되어가고 있다.

K팝스타3는 이미 본선 3라운드 팀미션 파이널 매치를 마치고 TOP8을 결정지었다. 짜리몽땅 장한나 배민아 샘김 권진아 알맹 한희준 등 8명은 1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생방송으로 ‘TOP6’를 겨룬다. 오는 23일에 TOP4가 결정되고 4월 13일 왕중왕을 가리게 된다.

K팝스타3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전형이다. 매회 다음 라운드 진출자와 탈락자, 재도전자로 비정하게 갈라진다. 참가자들에겐 피말리는 경연이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에게는 환희와 좌절, 재기의 뒤안길을 간접 경험하게 만든다.

K팝스타3는 강점은 무엇보다도 스타시스템의 가동이다. ‘당신이 미래의 K팝스타‘(You are Next K-Pop Star)라는 강한 스타시스템의 메커니즘이 근본적인 차별성을 낳는다. 1회성 경연이 아니라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안테나뮤직의 캐스팅은 최고의 인센티브 효과를 만들고 있다.

길거리캐스팅이나 인맥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이전과 달리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최대 기획사에 캐스팅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따라올 수 없는 극적 흥행요소다. 나아가 참가자들이 3대 연예기획사에서 개인적인 트레이닝을 받는 자체가 엄청난 강점이 아닐 수 없다. YG엔터테인먼트의 구내식당은 이른바 ’스타레스토랑‘으로 통한다. 참가자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최고시설의 연습실에서 개인교수를 받는 자체가 가수지망생들에겐 판타지나 다름없다.

두 번째는 3대 연예기획사의 오너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시즌 1·2에 참여했던 SM 엔터테인먼트의 ‘보아’가 빠졌지만 양현석, 박진영, 그리고 유희열의 심사평 자체가 흥행성을 생산해낸다.

3인의 심사평은 한마디로 촌철살인이다. 때로는 의견이 갈리기도 하지만 심사평 하나하나는 음악에 비전문가인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과 감동을 던져준다. ‘너의 노래에 SOUL이 없다’ ‘옷을 잘못 갈아입은 것 같다’ ‘머리가 커다란 울림통이다’ 등등 전문음악인들의 예리한 촌평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K팝스타3엔 ‘인간스토리’가 시청자 가슴을 울린다. 유희열이 눈물을 삼키게 한 ‘트로트신동’ 홍정희의 탈락이 대표적인 케이스. 어려서 트로트를 잘 불렀던 그는 어린 나이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싫어도 트로트를 불러야 했던 ‘불운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뮤직안테나에서 유희열의 지도를 받고 그의 권유로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다시 열창했지만 그는 끝내 탈락했다. ‘가장 잘하는 장르로 윷판을 던지자’는 전략이 실패하며 탈락한 것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애써 담담하려한 홍정희를 따라잡는 카메라는 어느 인간극장 못지 않은 애잔함과 뭉클함을 연출했다.

이밖에 미국에서 기타를 독학해 불과 2년 만에 경지에 올랐다는 평을 들은 샘김, 그리고 배틀오디션에서 최종탈락한 아비가일이 혼혈아로 상처받았던 심정을 처음 고백하는 장면은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24일 시작한 K팝스타3는 첫방송 시청율 11.4%(TNmS 전국 단위)을 기록한 뒤 지난 9일 16회(12.7% 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엇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야외활동이 많은 일요일 오후 4시55분대의 시간적 제약요건에도 동시간대 1위의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K팝스타3는 뒤에 편성된 ‘런닝맨’의 시청률을 견인해주고 있다.

K팝스타3가 대형기획사의 캐스팅 경쟁, 인간스토리, 촌철살인의 심사평 등 흥행요소 3박자를 갖추고 있는 만큼 왕중왕을 가릴 후반부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연예기획사 오너들이 직접 연습실에서 ‘미래의 K팝 스타’들을 프로듀싱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주는 자체만도 시청자들로서 재미난 관심사중의 하나다.

현재 지상파 3사 중 SBS가 유일하게 오디션 경연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뛰고 달리고 관찰하는’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못지 않게 음악예능도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는 주요장르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클라이맥스로 가는 K팝스타3는 슈스케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음악예능의 장르를 이미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다만 출연자들이 자칫 기획사의 정형화된 틀안에 갇히지 않았으면 한다. 한류의 대표적 상품인 K팝이 자칫 공장에서 공산품을 마구 찍어내듯 정형성을 갖게 된다면 몰개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연출될 수도 있지 않을까. K팝스타3가 지상파 오디션프로그램에 다시 새롭고 창의적인 바람을 불어오는 자극제가 되길 시청자들은 기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방송문화비평가 김경호 기자 kyung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