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충전시대 활짝] ‘去有來無’ Bye, 유선!

입력 2014-03-15 02:21


모바일 기기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충전 문제는 비켜갈 수 없는 장애물이 됐다. 이동성을 강조하는 모바일 기기에 유선충전, 배터리 용량 등은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유선 인터넷 네트워크가 무선으로 빠르게 대체됐듯 최근 들어 무선충전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무선충전 기술이 적용된 단말기가 확산되고 관련 액세서리 보급이 늘면서 시장은 탄력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 5년 뒤면 대부분 전자제품에 무선충전 기술이 적용돼 ‘선 없는 전자제품’ 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파이크리서치(Pike Research)는 최근 무선충전 및 무선 전력 전송기술 적용 분야가 모바일 기기에 특히 많으며 소비자가전, 전기자동차 등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5년 후에는 관련 기술 적용 비용이 급속히 떨어져 모든 전기제품에 쓰이는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덩치 키우는 시장…편리함이 기술 주도한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IMS리서치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무선충전기 시장이 연평균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무선충전 기술이 장착된 디지털 기기의 판매 대수 역시 지난해보다 43.9% 증가한 약 82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무선충전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은 일반 전자기기에서부터 전기자동차까지 무궁무진하다. 그동안 스마트폰 기술 중 발전 속도가 가장 더딘 분야가 배터리였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의 경우 배터리 용량이 2010년(갤럭시S) 1500mAh(milli Ampere per hour)에서 2012년(갤럭시S3) 2100mAh로 4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아이폰은 1420mAh에서 1440mAh로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반면 컴퓨터의 CPU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1개, 2개, 4개로 증가했고 화면도 계속 커졌다. 배터리 용량이 늘었는데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되레 줄어들게 된 이유다.

무선충전 기술을 활용하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의 고질적인 배터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책상이나 테이블에 무선충전 패드를 놓고 그 위에서 모바일기기를 사용하면 배터리가 지속적으로 충전돼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 카페, 공항, 택시, 사무실, 식당 등 공공장소에 무선충전 패드를 설치하면 제조사에 상관없이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무선충전 기술이 청소기, 선풍기 등의 생활가전제품에 적용되면 일부러 콘센트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게 된다.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전선이 사라져 가정에서 더 폭넓게 공간을 활용하는 ‘덤’도 얻을 수 있다.

무선충전은 전기자동차에도 새로운 흐름이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전기자동차를 현재의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하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반면 무선 전력 전송기술로 높은 전력을 전송하면 충전시간을 줄일 수 있다. 마트나 공공주차장 바닥에 무선충전 시설을 설치하면 집에서 따로 전기자동차를 충전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유도’ vs ‘자기공명’…충전방식 주도권 다툼 치열

무선충전 방식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자기유도방식’과 ‘자기공명방식’이다. 두 방식을 놓고 각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자기유도방식은 전류가 흐르면서 생긴 자기장이 새로운 전류를 만드는 원리다. 무선충전 패드 전원을 켜면 충전 패드의 코일에서 자기장이 발생하는데, 이 자기장으로 스마트폰에 내장된 코일에 유도 전류를 만들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다. 전력 전송효율이 90% 이상에 달하고 인체에 무해하다. 다만 전송거리가 짧은 것이 단점이다.

자기공명방식은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송신부 코일에서 자기장을 생성해 같은 주파수를 갖고 있는 수신부 코일에만 전력을 전달하는 원리다. 송신부와 수신부 사이에 장애물이 있어도 전송이 가능한 게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충전 효율이 자기유도방식에 비해 떨어지고 자기장에 대한 인체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단점이 있다.

삼성전기는 자기공명방식을 이용한 무선충전 제품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201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세계 최초로 시연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편 전자업계는 무선충전기 액세서리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4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무선충전 기술을 구현해도 별도 액세서리를 구매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향후 단말기 구매 번들 액세서리로 무선충전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