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딜레마… 법무부·통일부, 국적 문제로 고심
입력 2014-03-15 02:30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국적 문제를 두고 법무부와 통일부가 고심하고 있다.
유씨는 14일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식 주민등록번호와 가족관계등록부도 있다. 탈북자로 인정받은 유씨는 2004년 7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일부가 가정법원에 유씨의 국적 취득을 신청해 허가를 받아줬다. 유씨는 동시에 ‘유가강’이라는 이름의 중국인이기도 하다. 한국에 정착하기 전까지 북한에 살았지만 중국 국적도 동시에 보유했다. 유씨를 ‘화교 출신 탈북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법률상 탈북자는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 살다가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북한에 살 때부터 지금까지 중국 국적을 보유 중인 유씨는 엄밀한 의미에서 탈북자가 아닌 셈이다. 유씨는 탈북자로 인정받기 위해 2004년 입국 당시 자신이 화교라는 사실을 숨겼고 이후 한국 국적을 얻었다. 1심 재판부도 이런 점을 지적하며 유씨가 불법적으로 정착자금 등 탈북자 지원을 받은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증거위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팀이 유씨를 ‘유가강’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적 취득 과정의 불법성이 드러난 이상 유씨를 국외로 강제퇴거(추방)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씨처럼 북한 화교 출신으로 중국 국적인 동생 가려씨는 지난해 7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당해 현재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을 기도했던 국가정보원 협조자 김모(61)씨는 “유씨를 간첩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면 추방해야 한다”고 유서에 적었다.
그러나 이는 간단치 않다. 유씨가 한국 국적을 얻기 전이었다면 법무부가 유씨의 동생처럼 강제퇴거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유씨는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거주의 자유가 있는 내국인을 국외로 내쫓을 수는 없다.
때문에 우선 유씨의 한국 국적 취득을 취소하는 정부의 조치가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적 취득 과정에서 불법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유죄 확정 판결이 날 경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향후 조치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통일부의 국적취득 취소 조치 이후에 중국 국적만 가진 유씨에 대한 강제퇴거 조치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씨가 정부의 처분에 다시 행정소송이나 헌법재판 등을 제기해 또 다른 소송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례가 없고 관련 절차가 복잡해 출입국 담당 실무진 차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