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사회복지사 선진국 현장을 가다] “우리동네 사회복지 해법 英·佛 가보니 번뜩…”
입력 2014-03-15 02:09
한국 복지의 최일선에는 사회복지사들이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노인, 장애인, 빈곤층 같은 소외계층을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를 들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몸으로 부딪치는 이들이다. 사회복지사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본보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가 제정한 새내기사회복지상 2012∼2013년 수상자 20명이 지난달 24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복지 선진국 영국과 프랑스의 복지 시설들을 둘러봤다. 새내기 복지사들은 한국의 복지제도를 되돌아보고 현장에 돌아가 실천할 각오를 다지는 좋은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발생한 서울 석촌동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은 이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사회복지의 성지 ‘토인비홀’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영국 런던 ‘시티’ 지역과 가까운 이스트엔드는 1880년대만 해도 런던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 살고 있었다. 당시 사회의 빈민구제는 교회를 통한 직접적 지원에 머물러 있었다. 사무엘 바네트는 이 지역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접근법을 도입했다. 지역의 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직접 구제책에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옥스퍼드대 졸업생 15명을 초청, 빈민지역 건물 2층에서 숙식하게 하면서 복지 수급 대상자를 인터뷰하고 일대일 해결책을 모색하게 했다. 최상류층 학생과 빈민의 직접대화를 통한 복지대책 강구는 처음이었다.
이로부터 숱한 사회복지 해법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온 이 건물이 ‘토인비홀’이다. 지역사회복지관의 효시인 셈이다. 토인비홀은 1884년 바네트 부부의 지도로 세워진 세틀먼트(인보사업=지역 빈민 구제사업)의 발상지로 사회복지사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도전과 응전’으로 잘 알려진 역사가 토인비와 동명으로 빈민구제에 헌신한 사회개혁가 아널드 토인비의 이름을 따왔다.
마산종합사회복지관 소속 박철호 복지사는 “사회복지사를 소망할 때부터 와보고 싶었던 토인비홀을 방문해 고대하던 꿈이 이루어졌다”며 “토인비홀의 역사와 운영 현황을 듣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토인비홀도 국내 기관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면서 “유사한 환경을 갖고 있는 우리 지역을 위한 좋은 접근책을 배우게 됐다”며 소년처럼 좋아했다.
토인비홀이 맨 처음 시작한 것은 지역민에 대한 교육이었다. 상류층 대학생들에게 빈민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난이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인식시켜 나중에 사회지도층이 되었을 때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리더십을 키우는 역할도 했다.
설립 130년이 넘은 토인비홀은 오래된 건물 수개 동에 본관과 강의실과 아틀리에, 상담실 등이 들어 있다. 현재 70여명의 직원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현장의 대민 서비스는 400여명 자원봉사자들의 연간 2만4845시간의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토인비홀 인근의 가장 뜨거운 지역문제는 소득 양극화의 심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해 빈민지역의 주민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 ‘델로하우스’
런던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려 델로하우스에 도착하면 중세 귀족의 저택과 같은 하얀 목조건물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푸른 잔디밭 중간중간 위치한 10동의 장애인 거주 시설이 마치 한 마을처럼 느껴진다. 장애인 시설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델로하우스에는 학습장애 정신장애가 있는 21∼81세의 성인 50명이 입소해 있다. 사회복지사 등 50명의 직원이 24시간 근무하고 있어 거의 일대일 담당이 가능한 셈이다. 이용자는 입소 신청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심사를 거쳐 입소가 결정되며 특성에 맞춘 교육과 작업을 하며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시설 내에 있는 하우스는 직물, 베이커리, 농사, 바구니 제작 등 개별화 교육장과 숙소로 나뉘어 있다. 일주일 중 이틀은 대화, 토론, 연설, 연극, 쓰기, 음악 등 학습을 하고 사흘은 특성에 맞는 작업을 배운다. 여기서 만들어진 물건은 1년에 두 차례 바자를 통해 판매돼 시설의 수입으로 활용된다. 박지현(가온들찬빛) 복지사는 “시설 강당에서 마을 주민들이 음악 발표회, 콘서트, 회의 등을 진행하며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점이 놀라웠다”며 “국가나 지역, 사회복지사가 장애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하는지 새삼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노인 요양시설 ‘테라스 드 뮤동’
프랑스 파리 외곽의 단독주택지에 자리 잡은 유료 양로원으로 73∼103세의 노인 55명이 1인1실로 생활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92세다.
로비에서 마주친 노인들은 고령인데도 편안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대했다. 휠체어에 앉아 동료와 대화를 나누거나 피아노를 배우는 노인도 있었다. 65개의 방은 혼자 생활하기에 불편이 없도록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고, 식당은 밝고 깨끗한 것이 일반 음식점 같은 느낌을 줬다. 이곳의 특징은 직원 35명 중 의사, 간호사 및 심리치료사가 21명으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유료 입소지만 사회보장제도에 의해 최대 수용 인원의 15%인 최대 10명까지는 지역보건청의 후원으로 본인 부담 없이 입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안지민 복지사(계산노인문화센터)는 “24시간 가족들이 방문할 수 있다는 것, 주변 학교 및 음악원과 연계하여 1·3세대가 교류할 수 있도록 한 점, 여가활용 프로그램이나 말벗 지원 서비스도 이루어져 정서적인 지지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인상 깊다”고 말했다.
새내기사회복지상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국민일보, 삼성전자가 제정해 운영하는 청년 사회복지사 격려 프로그램이다. 경력 5년 이내인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해당 기관의 추천과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 복지 분야별로 매월 1명씩 선정한다. 지난해까지 10년간 총 120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수상자에게는 300만원의 부상과 해외기관 연수 특전이 주어진다. 후원을 원하는 기업·기관·단체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기획홍보본부 교육연수실(02-2077-3928, 담당 김형준)로 연락하면 된다.
런던·파리=글·사진 김태희 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