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봉사단 ‘티치포올코리아’ 최유강 대표 “배워서 남 주자”… 찾아가는 나눔

입력 2014-03-15 02:31


‘정글’로 비유되는 학교 속으로 이들이 뛰어들었다. 교육봉사단 티치포올코리아(tfa.or.kr). 봉사자도 수혜자도 ‘다음세대’다. 우리의 미래다. 최유강(39·온누리교회) 티치포올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상위권이지만 계층 간, 지역 간 교육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교육봉사를 통해 아이들의 꿈을 조금씩 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다. ‘바인’이라는 의류 회사와 공간을 나눠 쓰고 있었다. 왼쪽에는 티치포올코리아의 책상들, 오른쪽에는 바인의 옷걸이가 줄지어 걸려 있었다. “저희 운동을 지지하는 분이 공간을 무상으로 내주셨어요. 강남에 이만한 곳을 저희가 어떻게 빌리겠어요? 전기세 수도세 한푼 안 받고 간식까지 덤으로 주세요.” 최 대표가 웃으며 설명했다. 활기차 보였다.

티치포올코리아는 이달부터 인천 숭덕여고, 경기도 파주 세경고, 탈북자 대안학교 여명학교 3곳에 봉사단을 파견한다.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학교 상황에 맞게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학교 소수 정예로 교육을 계획하고 있어요.” 숭덕여고는 ‘청출어람’, 세경고는 ‘텐텐’, 여명학교는 ‘차세대 통일 리더’로 학교별 프로젝트명이 다르다.

인문계 고교 숭덕여고는 높은 학습효과가 기대되는 학생 30명 선발, 주 5일 3시간씩 주요 과목을 가르칠 예정이다. 특성화 고교인 세경고는 15명을 선발, 전국 상위 10% 진입을 목표로 한다. “세경고 아이들은 자기 학교 전교 1등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상위 11%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어요. 근거는 특수목적고와 서울 강남 지역 고교생이 성적 상위 10%를 차지한다는 거죠. 충격 받았어요. 저희는 아이들이 잡는 기준 자체를 높여보려고요.” 주 5일 5시간씩 수업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의 교육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 지역 고교생이 ‘인(In) 서울’ 즉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은 25.9%인 반면 읍·면 고교생은 4.3%에 불과하다고 티치포올코리아는 전한다. 여명학교는 통일한국 시대에 대비하는 글로벌 리더를 키운다는 목표다. 6명이 대상이다.

티치포올코리아에는 미 하버드대와 서울대 등 국내외 명문대를 졸업한 우수한 봉사자 150여명이 있다. 봉사자가 되려면 에세이 평가, 모의 강의, 워크숍 3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과외를 하러 가는 봉사자들에게 교통비를 지급할 것인가로 토의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다수가 차비를 받으면 봉사의 의미가 퇴색한다고 받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미소)

2011년부터 숭덕여고에 방과후 수업을 해온 티치포올코리아를 지난해 초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처음 자본금은 5만원이었다. 후원과 봉사로 단체가 운영된다. 지난해 수혜 학생은 180여명, 봉사자는 110여명이었다.

교육운동에 대한 최 대표의 꿈이 싹튼 것은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재학 시절부터다. “졸업을 앞두고 뭘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돈을 벌어볼까 하고 미 로스쿨에 지원하려고 에세이를 쓰는데 ‘나는 최유강입니다’를 쓴 뒤 한 줄도 더 안 써지더라고요.” 그는 대학 본관 기도실로 갔다. 고개를 드니 기도실에 걸려 있는 액자의 말씀 ‘너는 빚진 자라’(롬 1:14)가 눈에 들어왔다. “제가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졸업 후 10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어요. 한동대 김영길 전 총장님이 강조한 ‘배워서 남주자’가 기도 중 마음속에 떠올랐어요.” 교육운동을 주제로 에세이를 썼다.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입학했다. 미국의 비영리 교사양성 단체 티치포아메리카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최 대표는 모든 아이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선한 일(전 3:12)에 평생을 바치기로 했다. “아직 우리 사회는 가르치는 재능을 기부하는 ‘교육 기부’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 않아요. 사교육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죠. 티치포올코리아가 교육 기부를 확산시키는 한 통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 공교육의 좋은 보충재가 됐으면 좋겠고요. 가난한 이, 억눌린 이 모두 교육을 통해 자유로워지길 바라요(눅 4:13∼19).” 그의 눈은 반짝거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