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스포츠를 타고] 태릉선수촌은 국가대표 ‘사랑의 요람’… 국내외 스포츠 스타 커플들

입력 2014-03-15 03:50


스포츠 스타는 팬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선망의 대상이자 그에 따르는 부와 명예 때문에 아주 매력적인 신랑·신붓감이다. 스포츠 스타는 미디어 접촉이 잦아 자신을 표현하는데도 익숙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끈다. 경기장에서 몸에 밴 매너도 돋보인다. 특히 신세대 운동선수들은 단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끼를 맘껏 드러내고 즐기면서 경기를 펼친다. 열애 사실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데이트를 하는 것도 신세대 스포츠 스타들의 특징이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그들의 연애 상대 역시 여러 분야에서 손꼽히는 스타들이 많아 늘 화제가 된다.

◇국외 스포츠스타 커플은=불륜으로 이혼당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새 애인은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이다. 무릎 부상으로 2014 소치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본은 TV 방송을 통해 팬들을 만났다. 본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 금메달을 획득했다. 오른쪽 무릎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소치올림픽 출전을 포기했지만 마이크를 잡고 올림픽을 즐겼다.

우즈의 강력한 라이벌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한때 여자 프로테니스 1위였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와 3년째 사귀고 있다. 매킬로이는 바꾼 골프채에 적응하지 못해 1년 내내 부진하다 지난해 12월 에미리트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일궈내며 슬럼프를 날려 보냈다. 그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보즈니아키와의 결별설이 끊이지 않았고, 매킬로이의 우승 여부보다 보즈니아키와 진짜 헤어졌는지가 더 큰 관심이 될 정도였다. 슬럼프를 떨친 매킬로이는 지난 1월 1일 트위터를 통해 보즈니아키와의 약혼까지 공개하며 더 강해진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호주오픈 4강에 오른 토마스 베르디히(체코)는 테니스 선수와의 10년 연애를 청산하고 새로운 연인을 만났다. 체코에서 모델로 유명한 에스터 사토로바이다. 이 커플은 이번 호주오픈에서 키스하는 모습을 미디어에 노출하며 과감한 사랑을 보여줬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미르카 바브리넥(스위스) 부부는 올림픽 선수촌에서 만났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함께 국가대표로 출전해 교제를 시작한 이들은 2009년 결혼에 골인했다. 2003년 결혼한 메이저리그 명유격수 출신 노마 가르시아파라(미국)와 미국 여자축구 스타 미아 햄 커플도 유명하다. 또 ‘백상어’ 그레그 노먼(호주)은 여자 테니스 스타 출신 크리스 에버트(미국)와 2008년 재혼했다. 앤드리 애거시(미국)와 슈테피 그라프(독일) 커플은 테니스 스타 출신이고, 바트 코너(미국)-나디아 코마네치(루마니아) 커플은 체조선수 출신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가대표팀은 사랑을 싣고=태릉선수촌은 국가대표선수 커플들이 탄생하는 요람이다. 김연아의 열애가 시작된 곳이고, 또 다른 빙상커플인 박승희와 이한빈이 장래를 약속한 곳이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대표팀 선후배로 지내다가 이한빈의 고백으로 2년째 열애 중이다.

2012년 8월 런던올림픽 양궁에서 남녀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오진혁과 기보배는 시상식 후 연인 사이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돼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교제를 시작했다. 김택수(탁구)-김조순(양궁) 부부와 배드민턴 최강 복식조였던 김동문-라경민 부부, 핸드볼의 강일구-오영란 부부도 태릉선수촌에서 인연을 맺었다.

선수들은 훈련 과정에서 합숙생활이 잦아 일반인들과의 접촉기회가 적다. 때문에 국가대표로 뽑혀 태릉선수촌에서 수년간 훈련하는 동안 청춘남녀끼리 마음을 주고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양궁의 박경모와 박성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교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유도의 김병주-김미정, 사이클의 공효석과 펜싱의 남현희 부부 역시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땀방울을 흘리다 결혼에 골인했다.

◇국내 스포츠스타 커플의 공통점=국내 스포츠스타들은 외국 선수들과 달리 대부분 사생활을 둘러싼 잡음이 별로 없고, 성품도 착하고 순박해 결혼 생활도 무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스포츠 문화가 승부욕 외에도 매너와 예절을 강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포츠 스타들은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야 살아남기 때문에 성실함도 몸에 배어 있다.

스타플레이어 중에는 효자가 많다. 국민 영웅으로 불렸던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의 일화가 눈길을 끈다. 이승엽은 어머니의 건강 악화 소식을 듣고 신혼여행을 떠난 지 하루 만에 돌아와 어머니의 곁을 지킬 만큼 소문난 효자다.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은 효심이 깊은 것으로 축구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작고한 아버지 산소에 데뷔 후 첫 우승 트로피를 올리며 생전에 못한 효도를 대신했다. 자신을 뒷바라지 하느라 몸이 불편해진 어머니를 위해 다소 이른 나이인 23세에 결혼을 했다. 정성룡의 아내는 미스코리아 출신 임미정씨다.

스포츠스타들은 선후배 동료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심도 남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선후배 관계에 익숙한 환경에서 훈련을 하다 보니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밴 탓이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와 이상화, 이규혁, 모태범 등은 후배들 경기장을 찾아 격려의 메시지를 직접 써 응원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피는 못 속여’ 스포츠스타들의 대물림=스포츠 스타들은 자신들의 2세만은 다른 길을 걷기를 바란다고 한다. 스타로 성장하기까지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는 못 속인다는 속담처럼 스포츠는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다. 유독 스포츠스타 2세는 프로골퍼가 많은 게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선수로 프로골퍼 조윤희-윤지 자매를 꼽을 수 있다. 아버지는 프로야구 삼성 감독대행을 지낸 조창수씨, 어머니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의 주역이자 국내 프로종목 첫 여성감독(GS칼텍스)을 지낸 조혜정씨다. 이들 자매는 부모의 후광을 벗어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탁구의 안재형-자오즈민 부부도 아들 안병훈을 프로골퍼로 키워냈다. 2009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안병훈은 유러피언 2부 투어와 아시아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안재형은 탁구 지도자에서 ‘골프대디’로 변신해 아들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고 있다.

84년 LA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인 서향순과 86년 서울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리스트 박경호 부부의 딸 박성민은 미국에서 프로골퍼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호철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감독의 아들 김준은 이탈리아에서 프로골퍼로 활약하고 있다. ‘적토마’로 유명했던 축구 국가대표 출신 고정운의 딸 고아라는 지난해부터 KLPGA 정규투어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윙 메커니즘이 비슷한 야구선수 2세가 골프를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김용희 전 롯데 감독의 아들 김재호는 KPGA 프로골퍼다. 해태의 거포였던 김준환 원광대 감독의 딸 김상희도 KLPGA 무대에서 뛰고 있다. 선동열 KIA 감독의 아들 선민우는 고교 때부터 골프를 시작해 프로선수를 꿈꾸고 있다.

부모의 뒤를 이어 같은 종목에서 활약하는 2세도 있다. 야구 명포수 출신 유승안 경찰청 감독의 아들 유원상은 LG 트윈스에서 투수로, 동생 유민상은 경찰청 야구단에서 내야수로 뛰고 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의 아들 이성곤은 연세대에서 내야수로 활약 중이다. 프로농구 전주 KCC 허재 감독의 두 아들 허웅과 허훈도 연세대 농구선수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