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아베와 김정은

입력 2014-03-15 02:33

우리나라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보다 못한 지도자로 격하됐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아베 총리를 김정은보다 더 싫어하는 지도자로 꼽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지난해부터 종종 발표됐다.

이달 초 아산정책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미·중·러·일·북한의 국가수반들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해 보니 아베 총리가 꼴찌였다. 10점 만점에 1.11점을 받았다. 김정은은 1.27점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이 아베 총리에 대해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호감도가 89%에 달한 것이다. 김정은의 86%보다 약간 높은 수치다. 호감도에서도 아베 총리는 3%, 김정은은 6%였다. 도토리 키 재기지만, 눈길을 끈다.

이 지경이 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아베 총리의 역주행이 주요 원인이다. 전범재판 기록 등을 통해 확인된 일본군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마저 부정하고, 걸핏하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며 우리 국민들 가슴을 후비니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나. 아베 정권에 대해 국제적인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아베 정권이 지난 3일 중국 선양에서 북한과 적십자 실무협의를 가졌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양국 외무성 당국자가 동석했다. 의제는 북한 내 일본인 유골 송환을 비롯한 인도적 사안이었다. 접촉을 마친 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무슨 꿍꿍이인지 분명치 않지만, 일각에서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양국이 탈출구를 찾으려 손을 맞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베 정권이 김정은과의 북·일 정상회담을 모색 중이라는 일본발(發) 기사도 이따금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평양에서 김정은과 만났다고 가정해 보자. 국제사회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고립에서 벗어나는 전기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는 아베와 공포정치를 일삼는 김정은, 두 사람이 환한 표정으로 악수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받을 세계인은 거의 없을 거란 얘기다. 아베 정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