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오석·신제윤 “2차 피해 없다”는 말 책임져라

입력 2014-03-15 02:51

금융 당국의 섣부른 판단으로 애꿎은 국민들만 또 피해를 봤다. 검찰 수사 결과 코리아크레딧트뷰로(KCB) 전 직원 박모씨가 빼돌린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3사의 고객정보 1억400만건 가운데 1000여만건이 정부 발표와 달리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당국은 유출 자료가 유통 전 모두 압수돼 2차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었으나 결과적으로 국민을 우롱한 셈이 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은 “2차 유통을 100% 차단했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시중에 정보가 유통됐을 수 있다는 정황에 따라 추가 수사를 벌인 끝에 진상을 밝혀낸 것이다. 그런데도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 경제부처 수장들은 “가능성이 낮다”는 검찰의 1차 발표만 믿고 사건 덮기에 급급했다. 그 과정에서 정보공개에 동의한 국민을 바보 취급하기까지 했다. 제대로 된 공직자는 단 1%의 가능성도 결코 소홀히 취급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현 부총리와 신 위원장의 발언들을 보면 이들이 과연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을 관리·감독할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 부총리는 “원본과 복사본을 모두 압수했으니 2차 유포는 없다”고 잘라 말했고, 신 위원장 역시 “유출됐던 개인정보가 전량 회수돼 시중에 유통되지 않았으므로 부정 사용이 일어날 근거는 없다”고 단언했다. 두 사람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금융 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은 소 없는 찐빵이 되고 말았다. 2차 피해는 없다는 걸 전제로 만든 종합대책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 추가 피해를 막는 일이 시급하다. 시중에 개인정보가 유통된 지 오래된 만큼 벌써 범죄에 악용될 개연성은 충분하다. 어떤 카드사에서 누구의 정보가 2차 유통됐는지 전수조사해 피해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줄여야 한다. 이 같은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판단을 잘못해 하나마나한 대책이 나오지 않도록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