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크리스천 무엇으로 사나] “결혼-독신 아직도 마음속에서 싸워요”

입력 2014-03-15 02:25


독신 크리스천 무엇으로 사나

세 남성의 ‘은혜로운 고백’


‘화려한 싱글’ ‘외로운 독거’. 혼자 사는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이다. 그러나 ‘크리스천 독신 라이프, 솔로의 영성’을 기획하며 만난 세 명의 ‘싱글 남성’은 둘 다 아니었다. 1+무한대의 삶. 평생을 ‘비교할 수 없는 단 한 분’ 예수 그리스도만 붙잡았더니 돈, 명예, 욕심은 다 사라지고 남은 건 감사와 기쁨, 사랑 나눔뿐.

20세기 복음주의를 이끈 영적 거장 존 스토트(1921∼2011) 목사는 독신이었다. 참된 제자도의 삶은 그가 평생에 걸쳐 강조한 주제였다. 생전 스토트 목사는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그토록 많은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며 경건하게 살아온 독신의 삶을 전했다.

혼자 살려면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아는지. 박종삼 목사는 생명을 함께 나눈 친구들을, 이용희 대표는 북한과 통일한국을 위해 기도하는 중보자들을, 이모세 수사는 스스로 감사하고 기뻐하는 자족의 삶을 받았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독신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 모두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각자의 상황을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은혜와 선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모세(50) 수사(修士). 개신교 첫 형제수도회로 알려진 다일형제수도회의 유일한 수사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더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나님이 저를 이끄셨고, 그 이끄심에 제가 순종한 거예요.” 그는 독신으로 살다 최일도 목사가 세운 다일공동체에서 2002년 영성수련을 받았다. 2년여 뒤 하나님 앞에 순결을 서약하고 수사로 살아 왔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가평 다일공동체 영성수련원 다일평화의마을에서 이 수사를 만났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대학가에서 오락실을 운영하며 돈도 제법 벌었다. 하지만 삶이 공허했다. “제가 입대할 때 어머니가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주셨는데, 1985년 군에서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일은 제 슬픔의 근저에 있었는데 전 그걸 인식하지 못했어요. 누님이 절 다일공동체 영성수련원으로 데려다 줬어요.” 영성수련기간 동안 30여명의 수련생으로부터 진심어린 위로와 기도를 받았다. 그때 하나님을 만났다.

이 수사는 현재 묵안리다일공동체에서 영성수련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 제 안에서도 결혼하고자 하는 욕구와 독신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가 싸워요. 바울도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롬 7:20∼25)이라며 육신이 죄에 사로잡혀 있다고 고백하잖아요. 단지 그 싸움에서 하나님 안에서 평화와 기쁨을 누리고 싶은 욕구가 이기기 때문에 이 길로 가고 있는 거예요.”(미소)

그는 다일공동체 사역자로 받은 급여 중 반은 다시 다일공동체에 헌금한다. 나머지는 이 수사가 돕고 싶은 곳에 보낸다. “버리면 행복해지고 자유로워지는데 사람들이 잘 안 버려요. 저만 해도 결혼을 포기하니 더 많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나고 더 깊게 하나님과 교제할 시간이 주어졌어요.”

그는 그리스도인의 기쁨은 독신이나 비독신이나 근본적으로 같다고 본다. “크리스천에게는 하나님과의 영적 교제가 가장 큰 축복이에요. 부부도 하나님 안에서 교제할 때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어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모두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 한번 돌아보고 감사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린 뭔가 또 꿈을 꾸고 간구해야 해요. 감사하고 간구하는 것, 이게 기도이겠지요. 모두 ‘기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가평=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