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크리스천 무엇으로 사나] “책임질 가정이 있죠 외롭고 어려운 사람들 그들이 가족입니다”
입력 2014-03-15 02:24
독신 크리스천 무엇으로 사나
세 남성의 ‘은혜로운 고백’
‘화려한 싱글’ ‘외로운 독거’. 혼자 사는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이다. 그러나 ‘크리스천 독신 라이프, 솔로의 영성’을 기획하며 만난 세 명의 ‘싱글 남성’은 둘 다 아니었다. 1+무한대의 삶. 평생을 ‘비교할 수 없는 단 한 분’ 예수 그리스도만 붙잡았더니 돈, 명예, 욕심은 다 사라지고 남은 건 감사와 기쁨, 사랑 나눔뿐.
20세기 복음주의를 이끈 영적 거장 존 스토트(1921∼2011) 목사는 독신이었다. 참된 제자도의 삶은 그가 평생에 걸쳐 강조한 주제였다. 생전 스토트 목사는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그토록 많은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며 경건하게 살아온 독신의 삶을 전했다.
혼자 살려면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아는지. 박종삼 목사는 생명을 함께 나눈 친구들을, 이용희 대표는 북한과 통일한국을 위해 기도하는 중보자들을, 이모세 수사는 스스로 감사하고 기뻐하는 자족의 삶을 받았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독신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 모두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각자의 상황을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은혜와 선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1·4후퇴 때 황해도 신천에서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 남쪽으로 피란 와 굶주림과 질병,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거리의 아이’. 하나님만 의지했던 아이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됐다. 미국에서 목회상담·사회복지·신학을 전공하고 목회자, 사회복지사로 사역을 확대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해 거리의 아이들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1970년 무의탁 비행 청소년을 위한 ‘광주보이스타운’을 설립, 20여년간 원장을 맡았다. 숭실대 교수로 23년, 전 세계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한국월드비전 회장으로 9년을 섬겼다. 그리고 지금, 사회복지 지도자를 훈련시키는 한국글로벌사회봉사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뼛속까지 사회복지사’ 박종삼(78) 목사가 걸어온 길이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연구소에서 박 목사를 만났다. 그는 “석 달 정도 운동을 못해 조금 녹슬었다”며 큰 소리로 웃었다. “월드비전 회장 때보다 10㎏ 정도 뺐어요. 하나님이 건강을 주셔서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내가 하고 싶은 거 잘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는 결혼을 안 했다.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그 좋아하는 일 하느라 가정을 이룰 새가 없었다. “비행 청소년들이랑 사는데, 어떻게 가정을 꾸리겠어요? 사회봉사하겠다,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살고 싶다고 다짐하니 오히려 자유로운 내가 좋더라고요.”
박 목사는 단지 가정을 이루지 않았을 뿐 혼자 산 건 아니라고 했다. “지역사회의 가난한 사람들, 가난한 기관들과 함께했어요. 책임져야 할 가정이 없으니 더 많은 이들을 생각하고 돌볼 수 있으니 행복했지요. 내 주변에 얼마나 많은 동역자와 형제들이 있는데요. 그들이 내 가족입니다. 그러니 난 혼자가 아니지요.”
박 목사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한다. 강의, 집필, 상담 등으로 바쁘게 보낸다. 세 시간씩 운동은 필수, 주말엔 세탁기 돌리고, 화초에 물 주고, 공과금을 손수 챙긴다. 그렇게 개인사를 빼면 그의 관심은 오로지 ‘이웃’이다. 이웃과 생명을 같이 나누는 것, 노목회자가 평생 간구하며 살아온 영성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