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위 다시 격화…2명 사망
입력 2014-03-14 04:13
15세 소년 베르킨 엘반의 죽음을 계기로 터키의 반정부 시위가 다시 격화되고 있다.
AP통신은 엘반의 추모행사 다음 날인 13일(현지시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주민 1명과 경찰관 1명 등 2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시위는 전날 장례식이 치러진 이스탄불을 포함해 수도 앙카라와 이즈미르, 안탈리아 등 전국 30여개 도시에서 벌어졌다. 경찰이 고무탄과 물대포, 최루탄 등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위대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지부와 선거사무소를 부수거나 불을 질렀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를 ‘살인자’라고 비난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강경 진압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시키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정치권 공방도 계속되면서 오는 30일로 예정된 지방선거까지 정국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반관영 아나돌루통신은 전날 에르도안 총리가 남부 마르딘의 선거유세에서 “정의개발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눈치를 챈 이들이 거리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친정부 성향의 언론과 여당 의원 일부는 엘반이 9개월 동안 혼수상태로 있다가 선거를 앞두고 산소 호흡기를 뗐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엘반의 아버지는 “에르도안 총리가 이집트 시위의 희생자에겐 조의를 표명하면서도 우리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야당인 공화인민당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총리와 측근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위험한 선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들의 불안감 조성을 위해 에르도안 총리 측이 암살 시도를 위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1년 5월 총선 때 에르도안 총리의 유세 차량에 총격을 가한 사건이 있었지만 당시 총리는 헬기를 타고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회는 전날 터키의 최근 고위층 부패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터키의 민주화를 위해 헌법 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찬성 475표, 반대 153표로 채택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