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개선에 나선 중국] “결전 치르는 기개로 개혁 추진… 시장 경쟁력 높이는 길”

입력 2014-03-14 03:07


리커창 총리, 전인대 폐막 내외신 기자회견

중국의 ‘2014 양회’에서는 스모그 대책을 비롯해 개혁 심화와 부패 척결, 식품안전, 반(反)테러 등이 주요 이슈로 대두됐다. 중국 정부가 개혁과 함께 삶의 질 개선에도 힘을 쏟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큰 흐름은 13일 열린 리커창(李克强) 총리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회견에서 가장 큰 방점은 역시 개혁에 찍혔다.

◇스모그 대책=리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선언한 ‘스모그와의 전쟁’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는 우리 스스로의 조잡한 생산 및 생활 방식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이 아침에 눈 뜨자마자 휴대전화 앱을 통해 그날의 PM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지수부터 확인하는 게 현실”이라며 “스모그는 이미 심각한 민생 문제로 대두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모그는 복잡한 형성 원인이 있고 처리 역시 장기적인 과정을 필요로 하지만 바람과 비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와 바람이 불면 스모그가 사라지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일기예보 때 당일 바람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그래서 스모그를 날려 보내는 데 좋은지 나쁜지를 꼭 알려준다. 그는 스모그에 대한 지속적인 투쟁과 전투를 전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혁 심화=“30년여 전 농촌에서 촌 간부를 하고 있을 때 매일 (집단농장에서) 그날 할 일을 할당했다. 결과는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하루 종일 일해도 먹을 게 부족했다. 하지만 ‘청바오(承包) 제도’를 도입하자 몇 년 만에 먹는 문제가 쉽게 해결됐다.”

리 총리는 ‘개혁의 보너스’가 어떤 것인지 실례로 ‘도급’이란 뜻의 청바오 제도를 들었다. 이 제도는 농촌 개별 가구가 장기 임대형 토지경작권을 갖고 경작을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이어 “개혁을 하게 되면 ‘치즈’를 뺏기는 사람이 생기지만 시장은 경쟁력을 갖게 된다”면서 “(국유기업 등) 일부 기업들은 압력을 느끼게 되겠지만 개혁의 보너스를 통해 인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일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배수의 진을 치고 결전을 치르는 기개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외교 정책=“평화 발전의 길이란 결심은 확고하며 변하지 않는다.” “국가주권 수호와 영토 안전에 대한 의지는 결코 동요하지 않는다.”

리 총리는 주변 외교와 대외 정책에 대해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미·중 관계와 관련해서는 “역사와 발전 단계가 다르므로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협력 과정에서 마찰이 고민거리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방의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한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현명한 사람은 같음을 추구하고 어리석은 자는 다름을 추구한다(智者求同 愚者求異·지자구동 우자구이)”고 말했다. 이러한 수사는 미국을 겨냥해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면서 양국 간 공통 이익을 찾는 데 힘쓰도록 촉구한 것으로 관측됐다.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은 이미 60년 전 주변국들과 ‘평화를 위한 5가지 원칙’을 채택한 바 있다”며 인접국들과 상호 존중, 상호 이익 등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주변외교의 기본 이념으로 친(親) 성(誠) 혜(惠) 용(容) 네 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친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과 전통적인 우의를 계승하는 것, 성은 도의를 중시하고 신의를 지키는 것, 혜는 중국이 발전하면서 주변국들에 혜택이 돌아가 상생하는 것, 용은 포용과 개방적인 발전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중국은 실제 외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표현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 금융 부채=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 중 하나로 중국의 금융 부채가 거론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에 관한 보도를 봤는데 작년에도 중국경제 하강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그러나 압력을 이겨내고 전년도 예상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금융과 채무 위험은 고도로 주시하고 있다”며 “총체적으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