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협조자의 진짜 정체는…

입력 2014-03-14 04:02

‘탈북자, 중국 국적, 소학교 교사, 사업가, 국가정보원 협조자….’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서 위조 혐의로 체포된 김모(61)씨는 변화무쌍한 신분으로 살아왔다. 증거 위조 관련 행적은 하나둘 드러나고 있지만 그의 ‘진짜’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검찰은 그를 ‘탈북자 출신으로 중국 국적을 취득한 인물’이라고만 설명했다. 그 외 신원은 “신병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함구했다. 검찰은 김씨를 체포한 뒤 외교 관례에 따라 중국대사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려 했지만 본인이 거절했다고 한다. 검찰은 14일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김씨는 탈북 후 중국 지린(吉林)성 후이난(輝南) 지역에 정착해 소학교 교사와 교장으로 일했고, 이후 칭다오(靑島)로 건너가 개인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난 5일 아들에게 작성한 유서에는 ‘중국의 공장은 버리라’고 적혀 있다.

김씨는 2000년대 중반 칭다오에서 기업인협회, 배구협회, 소수민족협회 등 여러 조선족 단체의 고문이나 회장 등 직함을 갖고 활동했다. 김씨가 2008년 지린성 룽징시 공무원들이 주최한 투자설명회에 기업인협회 고문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지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조선족 사회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국정원과 연결돼 공문서 전달 등의 ‘임무’를 본격 시작한 것도 이 무렵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12일 국정원의 요청을 받고 중국으로 건너가 단 하루 만에 가짜 문서를 만들어내는 수완도 발휘했다. 관인이나 문서 위조 전문가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지녔다는 말이다. 국정원도 김씨의 ‘능력’을 인정, 공식 요원과 접촉해 활동하는 ‘협력공작원’급 임무를 맡기고 월 300만원 정도를 급여로 지급했다.

김씨는 중국과 한국을 자주 왕래했다. 검찰은 그가 한국에서도 일했지만 여러 차례 직업을 바꿨다고 전했다.

김씨는 유서에서 ‘유우성은 간첩’이라고 확신했다. 오랫동안 유씨를 감시·추적해 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에는 소학교 제자였던 전직 지안(集安)변방검사참 검사원 임모(49)씨를 국정원에 소개해주고 자술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13일 주중 선양영사관 이인철 영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그는 국정원 대공수사팀 직원으로 위조문서 3건의 입수 과정에 모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영사 역시 이르면 14일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 수사팀은 문서 위조에 국정원 해외공작파트가 개입한 정황도 포착하고 직원들을 조사 중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