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중수, 40번째 금리 동결… ‘깜짝쇼’ 없었다
입력 2014-03-14 03:21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 금리를 현행 연 2.50% 수준에서 유지키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동결됐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김중수 총재가 참여한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에서도 ‘깜짝쇼’는 없었던 셈이다. 김 총재 재임 4년 중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 40회, 인상 5회, 인하 3회 등 결정을 내렸다.
시장에선 일찌감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회복세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고, 기준금리를 내리기에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등 위험요인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결정을 위해 김 총재가 주재한 마지막 금통위가 끝나자 시장에선 그의 재임기간에 대한 엇갈린 목소리가 쏟아졌다. 우선 김 총재 임기 중 한은이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가 3배 넘게 늘고, 직원들의 국제회의 발언 빈도가 높아진 점 등을 들어 국제적 역량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논란을 부른 파격 인사도 조직의 변화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선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한은도 정부” “야근은 축복” 같은 말로 구설에 자주 오르고, 시장과의 소통부족으로 금리 조정 시기를 실기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2011년 6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12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한 점이다. 2011년 물가상승률이 4%대에 달하자 시장에선 한은이 ‘저금리 고환율’로 요약되는 이명박정부 경제성장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미루다 서민들이 고물가 폭탄을 맞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당시 김 총재는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우회전 깜빡이를 켜놓고 첫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할 수도, 두 번째, 세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금통위 일주일 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닌데 어디까지 내리란 말이냐”라며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후 정작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장을 어리둥절케 했다. 당시엔 정부 등에서 경기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던 때였다. 일각에선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긴 것에 한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한 금융전문가는 “금리 조정 시기를 놓친 점이 가계부채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처분소득에 비해 가계부채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금융 불안을 야기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가계부채 문제의 대응책으로 부채 증가를 뛰어넘는 속도로 경제를 성장시켜 문제를 푸는 게 “경제에 주름살을 주지 않는 방법”이라면서 “소득이 낮은 계층에 사회 정책적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지난 4년에 대해 “격변의 시대였고, 질풍과 노도의 시대였다”고 말한 뒤 “하루하루 참 치열하게 보냈다”고 자평했다. 또 소통 능력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엔 “전달이 잘 안 됐다면 둘 다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면서 “논쟁의 과정을 반복해 우리 경제가 (높은) 그런 수준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총재는 이달 말 퇴임한 뒤 가을학기부터 파트타임으로 대학 강단에 선다. 여러 대학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은 관계자는 귀띔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