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원화 평가절하를… 엔저 대응 안하면 타격 더 커져”
입력 2014-03-14 01:35
한국은행이 일본 엔화에 비해 고평가된 원화 가치의 평가절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적인 이코노미스트로 평가받는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13일 국내 발간된 책 ‘미래경제’에서 “원화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를 포함한 아시아 무역 상대국 통화에 대해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엔화 대비 고평가됐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해 엔화 가치를 대폭 떨어뜨리면서 일본의 수출은 가파르게 늘고 일본 다국적 기업은 쏠쏠한 이익을 올렸다”며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아무런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더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한국은행은 원화 가치의 평가절하를 도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표한 ‘2013년 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1년 새 25.7%나 절상됐다. 절상률만 놓고 보면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최고치다.
손 교수는 또 2016년까지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경제 역시 적잖은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대 초반 4%를 기록했던 잠재경제성장률이 2010년 이후 3%선으로 떨어지고 수출 증가가 열기를 잃으면서 적정 수준의 고용과 임금 상승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생사기로에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해 한국 정부와 재벌 그룹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 소유의 소형 은행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경우 지역 소기업과 끈끈하게 협력을 도모하는 소규모 은행들 덕분에 소기업들이 혁신과 고용 창출을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한국이 창조경제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외국인들을 받아들이는 ‘윔블던 효과’를 높여야 하며, 지나치게 경직된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서 개성과 창의성, 혁신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인 미국 웰스파고 은행의 수석 부행장을 역임했고, 백악관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선임 경제학자로 연방준비위원회 및 금융 시장 관련 정책을 자문했다. 이번 책에서 그는 미국, 중국, 유로존 등 각 권역별 경제 전망을 내놓고 정부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대응 방안까지 조언하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