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천동굴서 희귀어류 발견

입력 2014-03-14 01:31


제주 용천동굴(천연기념물 제466호)에서 세계적으로 희귀한 어류(사진)가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제주대 산학협력단이 2012년 7월부터 ‘용천동굴 호수생물 및 서식환경 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끈망둑속(Luciogobius)’의 일종인 독특한 어류를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어류는 앞서 2010년 KBS환경스페셜 촬영과정에서 처음 목격돼 조사에 나섰다. 조사단이 5회 다이빙을 실시해 회당 1마리에서 4마리까지 목격했으며, 이 가운데 1마리를 채집했다.

미끈망둑속은 전 세계에 총 17종, 우리나라에는 7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어류는 길이 3.44㎝로 머리가 유난히 크고 피부는 멜라닌 색소가 적어 투명한 분홍색을 띠고 있다. 눈은 퇴화해 매우 작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제주도 연안에 서식하는 유사종인 주홍미끈망둑과 8.9%의 사이토크롬 b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를 보여 국내 미기록종 어류임을 확인했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어류종은 염기서열 분류에서 4∼5% 차이가 나면 다른 종 또는 신종으로 분류된다. 이 어류는 빙하기 이후 해수면이 높아진 약 6000년 전에 동굴 내부로 유입돼 급격한 유전 변화를 거치면서 동굴에 적응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척추동물의 진화과정을 밝히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3만∼4만 년 전에 형성된 용천동굴은 길이 3.4㎞의 웅장한 용암굴로 독특하고 다양한 생성물이 발달했으며, 동굴 끝부분에는 800m 길이의 호수가 있다. 호수 속은 완전히 어두운 상태로 부유성 플랑크톤을 제외하고 다른 생물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