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아기 관찰로 미래의 성격까지 예측?… 직관 연마하면 가능
입력 2014-03-14 01:38
스냅/매튜 헤르텐슈타인/비즈니스북스
최근 쏟아져나온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분야의 책들은 대체로 ‘인간의 뇌는 믿을 게 못 된다’고 말한다. 인간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는지, 얼마나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지를 아주 생생하게 보여주며 ‘합리성의 불완전성’을 부각시켜 왔다고나 할까.
이 책은 그런 최신 트렌드에 정확히 역행한다. 행동과학 및 뇌과학 분야에서 나온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인간이 관찰 능력을 계발하고 연마함으로써 예측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 UC버클리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드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아들이 제공했다. 아들은 태어난 지 얼마 안돼서부터 자폐 아동에게서 볼법한 행동 패턴을 보였다. 눈도 잘 안 마주치고 옹알이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갔고, 4세가 되기 전까지는 자폐 진단 내리기를 꺼려하는 의사들을 설득해 돌이 지난 뒤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그 결과 그의 아들은 정상아동으로 자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처럼 작은 행위 하나가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한다. 가령 제롬 케이건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 결과는 어렸을 때 실시한 45분간의 실험이 청소년기는 물론 성인이 됐을 때의 성격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한다.
케이건 교수는 보스턴 지역에서 태어난 백인 500명을 상대로 연구를 실시했다. 16주된 아기와 그 부모를 불러 45분간 색색의 물건을 들이대기도 하고 녹음된 문장을 들려주는 등 다양한 자극을 제공했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심하게 상체를 젖히는 등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불안감을 보였다. 반면 다섯 명 중 두 명은 아주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 실험은 계속 됐다. 연구진은 이들을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아동기, 청소년기에 각각 다시 불러 비슷한 실험을 수행한 것이다. 그 결과 어렸을 때 민감하게 반응했던 ‘고반응아’들은 당시 느긋한 태도를 보였던 ‘저반응아’들과는 성장한 뒤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생후 4개월에 케이건의 실험실에서 가장 자지러지는 반응을 보였던 아이는 결국 청소년이 됐을 때 ‘사회불안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는 포커판에서 도박사들이 상대가 은연중에 노출하는 표정, 몸짓, 손버릇 등을 통해 상대방의 패를 예측해내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도 사소한 단서들을 통해 중요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며 다양한 실험 결과들을 제시한다. 강혜정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