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독일 모델’ 생생한 실체를 탐구하다
입력 2014-03-14 01:38
독일 리포트/국민일보 특별취재팀/이지북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이토록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 하지만 압축 성장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21세기 한국은 저성장과 고령화라는 높은 문턱 앞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과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주춤거리고 있다.
책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우리보다 앞서 풀어냈던 독일 모델을 통해 한국이 나아가야할 바를 찾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국민일보 특별취재팀이 지난 1년간 20여 차례 독일의 현장을 찾아 발로 뛰며 취재한 내용들을 압축적으로 담았다. 취재팀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에 이르기까지 독일 사회 전반을 아우르며 독일 뉴 파워의 근원을 찾아나간다.
유로존의 위기 속에서 유독 독일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업이나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독일 경제는 부문별로 끊임없이 기술 혁신을 추구해왔다. 무엇보다 수백 개의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 ‘히든 챔피언’의 힘이 컸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숙련공들이었다. 10대 견습생을 뽑아 마이스터(장인)의 지도 아래 철저한 현장 교육과 실습을 통해 최적의 인재를 조기 양성해낸 것이다. 독일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영향으로 직업을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소명으로 여기는 문화는 정신적 토대가 됐다.
취재팀은 특히 산업 현장에서 강력한 산별노조 체제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노동쟁의는 드문 독일의 현실에 주목했다. 독일 특유의 노사공동결정제는 노사 갈등 소지를 줄일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회사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김재신 주 독일 한국대사는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독일 경제가 전후 최악의 침체를 기록했을 때도 독일 기업들은 영미권 국가들과 달리 감원으로 대응하지 않고 최대한 고용을 유지해 실업률이 0.3% 증가하는데 그쳤다”며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 경쟁력이 개선됐고, 2010년 이후 신속한 경제 회복의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통일 이후 동독 지역의 경제적 동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독일의 모습은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떻게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독일 통일 당시 동독 총리였던 한스 모드로프는 “통일은 예상보다 갑자기 왔다”며 “한국에서도 갑작스러운 통일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주변 강대국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전 국민을 통일의 주체로 끌어들이고, 소득 불균형 등 예상 가능한 문제에 대해 미리 대비하라는 것이다.
보도 당시부터 화제를 낳았던 책의 발간 소식에 여러 인사들이 추천사를 썼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역사상 최고의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독일의 오늘을 탐구 분석하고, 이를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치열한 노력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이재성 한국 훔볼트 회장은 “21세기 경제발전 역시 강소기업을 발전시켜 온 독일과의 상생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이 책은 독일 사회를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