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울음에 대한 예의… 조해진 소설집 ‘목요일에 만나요’
입력 2014-03-14 01:36
2013년 신동엽문학상과 2014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조해진(38·사진)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울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소설집 ‘목요일에 만나요’(문학동네)에 수록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봐도 그렇다. 자신이 양부모가 낳은 친자식의 신장을 위해 입양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서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친엄마를 찾으러 온 입양아(‘PASSWORD)’라든지 성 소수자인 동성애자(‘북쪽 도시에 갔었어’), 그리고 교통사고를 내고 돌아오지 않는 동생을 기다리는 누나(‘목요일에 만나요’) 등 조해진의 인물들은 건드리기만 하면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통곡의 의자는 도시 한 가운데, 높은 계단 끝에 있다 했다. 그 의자에 앉은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의 죄를 고해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 나라에서는 수도에 사는 중산층에서부터 지도에 잘 표시되지도 않는 아주 작은 섬의 최하층 주민들까지, 그 통곡의 의자에 앉아 모든 죄를 고한 후 구원받는 것이야말로 삶의 위대한 이유이고 가치라고 믿었다.(‘목요일에 만나요’에서)
표제작의 도입부엔 아예 통곡의 의자가 등장하는데 이는 화자인 누나의 심리상태를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어머니는 동생 K가 운전하던 차를 타고 가다가 차가 전복되면서 뇌사 상태에 빠진다. 결국 호흡기를 제거하자고 의사는 권유하지만 누나는 “목요일엔 동생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며 결정을 미루고 동남아 어딘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K에게 전달될 수 없는 다섯 번째 엽서를 쓴다. 전등 하나를 켜놓고 책상에 앉아 허리를 굽힌 채 오래오래 눌러쓴 이 엽서에 담긴 문장은 단 한 줄이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서울에서 누나가.”(81쪽)
동생 K가 자신의 비애를 털어내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누나의 이 한 마디는 동생이 돌아올 때까지 자신은 울음을 아끼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이는 동생의 울음에 대한 예의일 수 있다. 이처럼 조해진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 속으로 틈입해 그들이 미처 타인에게 전하지 못한 말, 들어주는 이 없이 내뱉는 혼잣말 같은 것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