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재중] 병력감축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입력 2014-03-14 01:38
“또 쐈어?” “이번엔 몇 발이야?”
지난 4일 오후 4시40분쯤 국방부 기자실이 갑자기 호떡집에 불난 듯 소란스러워졌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300㎜ 신형 방사포(다연장로켓·KN-09)를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신문 마감시간이 임박한 터라 기자들은 회사에 긴급 보고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몇 분 지난 후 북한이 또다시 방사포를 발사했다는 급보가 전해졌다. 북한은 그 시간에도 계속 방사포를 쏘고 있었다. 결국 북한은 이날 오후 신형 방사포 네 발을 발사했다. 오전에 기존 방사포 3발까지 합치면 모두 7발을 쏜 셈이다. 전날 3일 아침에는 국방부로 출근하는 길에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들었다. 순간 “오늘은 또 얼마나 분주한 하루가 될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이내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요즘 국방부 출입 기자들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성 군사행동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21일 300㎜ 신형 방사포 4발을 발사한 데 이어 24일 밤∼25일 새벽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세 차례나 침범했다. 침범 경로로 볼 때 단순한 실수라기보다는 우리 군의 대응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뤄졌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북한은 또 지난달 27일 사거리 200여㎞ 스커드 탄도미사일 4발, 지난 3일에는 사거리 500㎞ 이상 탄도미사일 2발을 각각 발사했다. 특히 3일에는 사전에 항행경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사일이 발사돼 인근 상공을 지나던 중국 민항기가 요격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은 이처럼 다양한 무기체계를 동원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군 당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겨냥한 무력시위로 분석하고 있다. 또 개량된 미사일과 방사포의 성능을 시험해 실전 배치 또는 수출을 모색하려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향후 남북관계에서 군사적 위협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최대 사거리가 200㎞로 추정되는 300㎜ 신형 방사포를 북한이 개성 지역에 배치할 경우 우리 군 지휘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가 사정권에 들어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이다. 북한은 개전초기 수백∼수천발의 방사포를 발사해 목표지점을 순식간에 초토화시킴으로써 기선을 제압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지난 6일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을 발표했다. 북한의 전면전을 억제하기 위해 선제적인 대응조치까지 포함한 ‘능동적 억제’를 새 군사전략으로 채택했다. 또한 상비병력을 2022년까지 52만2000명 수준으로 11만1000명을 감축하는 대신 첨단 무기체계 위주의 전력 증강과 간부 증원으로 우리 군을 정예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계획은 국방비가 연평균 7.2% 증가해야 가능한 일인데 박근혜정부 들어 국방예산 증가율은 3∼4%대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병력만 감축되고 첨단무기 전력화는 지연돼 안보의 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국방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국방개혁은 결국 돈 문제”라고 했다. 동북아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군비경쟁이 치열하고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안정적인 국방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튼튼한 안보에 대한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다.
김재중 정치부 차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