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我軍 살상하는 무기라면 폐기하는 게 낫다
입력 2014-03-14 01:38
국산 기술로 개발한 K-11 복합소총이 실전에 배치된 지 3개월여 만에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육군 관계자는 12일 “경기도 연천군 국방과학연구소(ADD) 시험장에서 시범사격 중인 K-11 안에서 탄환이 폭발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장병 3명이 찰과상을 입었다. ADD가 개발한 K-11은 소총에 사용되는 5.56㎜ 탄환과 함께 벽이나 참호 뒤에 숨어 있는 적을 제거하기 위해 적 근처 공중에서 터지는 20㎜ 공중폭발탄을 발사할 수 있어 복합소총으로 불린다. 군은 ‘명품 무기’라고 홍보했다.
K-11 폭발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군은 2010년 K-11을 양산해 10여개 부대에 보급했으나 이듬해 10월 사격 도중 폭발사고가 터져 전력화를 중단했다. 방위사업청은 일부 기술을 변경하고 사격 훈련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지난해 말부터 군에 납품했지만 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전의 승패는 신무기에 의해 좌우된다. 적이 보유한 무기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파괴력이 큰 무기는 유사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을 괴멸시킬 수 있다. 그런 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적의 도발 야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우리 군이 아무리 정신력으로 무장하더라도 무기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북한군의 도발과 침략을 제때 물리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군이 보유한 국산 무기들이 곳곳에서 말썽을 부리고 있다. K-21 수륙양용장갑차에 탑승한 병사가 도하훈련 중 배수펌프 불량으로 익사했고, 포탄성능 시험을 하던 155㎜ 곡사포의 포신이 폭발해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잠수함 작전을 수행하던 2함대 주력 구축함 을지문덕함은 발전기 배터리 불량으로 서해상에서 표류한 적이 있다. 사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무기 성능을 믿지 못하는 군인에게 전투력을 기대할 수 없다. 불량한 무기는 군인의 사기를 좀먹는 암과 같은 존재다. 적을 타격하기는커녕 아군에게 피해를 입히는 무기라면 차라리 폐기하는 게 낫다. 군 당국은 K-11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정밀하게 조사해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