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인투자자 뒤통수 친 기업에 투자하겠나
입력 2014-03-14 01:41
실적 정보를 기관투자가들에게만 미리 유출했다가 12일 증권선물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CJ E&M 주가조작 사건은 후진적인 한국 주식시장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업에 개인투자자는 언제나 봉이다. 주식시장에서 수익보다 손실을 보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기관투자가와 기업들이 짜고 치는데 정보에 어두운 개미투자자들이 배겨낼 재간이 없다.
CJ E&M은 지난해 3분기 실적을 공시하기 전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보다 크게 적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당시 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200억원을 넘는 상황인데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 발표되면 주가가 곤두박질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정보를 얻은 애널리스트들은 펀드매니저들에게 이 정보를 전달했고, 펀드매니저들은 이 회사 주식을 대거 팔았다. 기관투자가들의 투매로 당일 주가가 9.45%나 폭락하면서 영문을 모르고 있던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입었다.
CJ E&M은 방송, 영화, 음악, 공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CJ그룹 계열사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고객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횡령·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기업이 개인투자자들의 뒤통수를 쳤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이런 기업은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금융 당국이 정보를 제공한 CJ E&M IR팀과 1차 정보 수령자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 대해서만 검찰 고발이나 통보를 하고 2차 정보 수령자인 펀드매니저들을 처벌에서 제외한 것도 문제다. 현행 자본시장법이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금지와 관련한 처벌 대상을 정보 유출자와 1차 정보 취득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겠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기업 IR 담당자-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간 3각 커넥션에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애널리스트는 기업 보고서 하나로 해당 기업 주가는 물론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떠받들어 모셔야 할 ‘갑 중의 갑’이다. 그러다보니 애널리스트들이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자본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시장이 작전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엄단을 지시한 이후 불공정거래 사건이 31%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자본시장이 제대로 굴러가게 하려면 주가조작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부당이득액을 전부 몰수하고 엄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