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어린이책-6번 길을 지켜라 뚝딱] 안걸이·배지기로 산동네 구하는 도깨비
입력 2014-03-14 01:37
6번 길을 지켜라 뚝딱/김중미/낮은산
작가 이름만으로도 눈길을 줄 만한 책이다. 동화로선 이례적으로 200만부를 돌파한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저자가 처음 내놓은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책의 주인공은 꼬마도깨비 삼형제. 듬직한 맏형 도깨비, 똑똑하지만 소심한 둘째 소심 도깨비, 뭐든 반대로 말하는 막내 거꾸로 도깨비이다. 책에 나온 도깨비들은 전래동화의 그것들과는 다르다. 저자는 도깨비를 지금 여기로 불러들여 가진 자의 횡포에 맞서는 이웃으로 만든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인천 만석동 달동네 이야기이듯 책의 무대인 6번 길도 개발논리에 밀려날 위기에 처한 산동네다. 산에 살던 도깨비 삼형제는 100년 전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땅 속으로 들어가 땅굴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땅굴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도깨비 삼형제는 땅 위로 올라왔다. 먹을 걸 찾아 산동네로 간 도깨비 삼형제는 아이들로부터 땅굴이 무너진 이유를 듣게 된다. 돈이 엄청나게 많은 조 사장이 명품아파트단지를 만들기 위해 산동네의 올망졸망한 집들을 굴착기로 밀어 버리는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란다. 도깨비 삼형제는 아이들이 자신들과 같은 처지가 된 걸 알고는 돕겠다고 나선다.
저자는 “낡고 오래된 것은 무조건 새것으로 바꾸려는 사람들 욕심 때문에 마을과 숲, 강이 파괴되는 것을 볼 때마다 도깨비를 떠올렸다”고 했다. 동화에선 맏형 도깨비가 조 사장을 안걸이, 배지기, 딴죽걸이 등으로 번번이 이겨 개발을 막는다. 현실은 어떨까? 경찰과 대치하다 철거민 5명이 죽은 2009년 ‘용산 참사’처럼 힘없는 사람들은 설 곳이 없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자연보호에도 앞장서는 ‘착한 도깨비’가 되어 보자”고 말해보면 어떨까.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