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차등을 거부하는 서당… 우리의 소중한 유산
입력 2014-03-14 01:37
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한재훈(길라파고스·1만2800월)
학동들은 낭랑한 목소리로 글을 읽고, 훈장님은 회초리를 든 서당 풍경은 옛 그림의 한 장면으로 우리 머릿속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일곱 살 때 전남 구례의 초동서사에 들어가 겸산 안병탁(1904∼1994)을 15년 동안 사사한 저자에게 서당은 지금 여기의 공부방이자 학문의 고향 같은 곳이다.
“선생님께서는 기침하신 이부자리에 앉으신 채로 불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글들을 암송하십니다. 암송은 대략 30분에서 1시간 동안 이어지며 암송하시는 소리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글을 외우기 시작하면 제자들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역시 이부자리에 앉은 채로 글을 외웁니다.”(48쪽) 저자는 서당공부가 오늘날 우리에게도 절실한 인문학의 정수이고 한물간 낡은 것이 아닌 현재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소중한 유산임을 보여준다. 특히 검정고시와 입시를 치르고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 퇴계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서당공부의 시선으로 현대 학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서당의 ‘계단 꼴’ 구성은 선배와 후배를 함께 공부하게 함으로써 그들 사이에 빚어지는 차이가 차등으로 왜곡되는 문제를 차단합니다.”(150쪽) 저자는 현재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