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위조 파문] 유우성씨 “공소 취소하면 말하겠다”
입력 2014-03-13 02:32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를 소환한 것은 유씨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문서의 입수 경로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유씨가 정상 경로를 거쳐 문서를 발급받은 것인지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씨 측이 조사 방식과 대상에 항의하면서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유씨는 12일 오후 2시쯤 변호인들과 함께 서울고검에 마련된 수사팀 사무실로 들어갔다. 검찰은 유씨가 법원에 제출한 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 발급 출·입경 기록과 싼허변방검사참 문건 등의 발급 경위와 신빙성에 대해 조사하겠다며 참고인 진술조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한다.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가 유씨 측 문서 입수 과정에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유씨 측은 “진술서가 재판에 악용될 수 있다”며 “재판이 끝나거나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면 말하겠다”고 버텼다. 유씨 측은 대신 국가정보원과 검찰 공소유지팀(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수사팀에 제출했다. 검찰은 1시간여 동안 조사 대상과 방식에 대한 입장만 조율하다 유씨를 돌려보냈다.
검찰은 “위조 의혹을 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지름길이라 판단했다. 여권을 제출받아 출·입경 기록과 대비해보면 실체 파악이 빠를 것으로 봤다”며 “수사를 신속하게 해 달라더니 진술을 거부하는 건 모순”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씨 측도 “이미 검찰 문서가 위조 판명을 받은 상황에서 왜 우리 제출 문서 경위를 물어보는지 어이가 없다”고 따졌다.
공소유지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윤웅걸 2차장은 이날 “증거위조 진상규명과 간첩사건 공소유지는 딜레마 관계”라고 말했다. 위조 의혹이 드러날수록 공소유지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공소유지팀은 증거위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수사팀의 ‘잠재적 수사 대상자’여서 수사팀과 정보공유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공소유지팀은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유씨 출·입경 기록을 증거로 계속 유지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해 수사팀 ‘처분’만 기다리는 처지다. 공소유지팀은 1심 때 유씨의 ‘도강(渡江) 입북’을 주장했다가 항소심에서는 출·입경 기록을 토대로 ‘정식 입북’을 주장했다. ‘정식 입북’ 입장을 고수하려면 오는 28일로 예정된 결심공판 전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공판 전에는 어떻게든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공소유지팀은 전날 재판부에 위조 의혹 문서들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가 ‘의미가 없다’는 지휘부의 지시로 철회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