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은 신종 주유량 조작기로 80억 챙겨
입력 2014-03-13 02:35
주유기에 설치하면 정량보다 적게 주유되는 ‘주유량 조작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매한 이들이 검거됐다. 전국 주유소 20곳이 이 프로그램을 설치해 80억원대 부당 이익을 챙겼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주유량 조작 프로그램을 개발·판매한 혐의(사기 등)로 김모(59)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이를 설치한 주유소 대표 및 중간 유통책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정량보다 3∼5% 적게 주유되는 조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구모(53·구속)씨에게 2000만원에 넘겼다. 구씨는 주유소 20곳에 주유기 1대당 200만∼300만원을 받고 이 프로그램을 설치해줘 1억6000만원을 챙겼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적발된 주유량 조작 프로그램과 달리 주유기 본체의 제어장치를 교체할 필요가 없었다. 담뱃갑 크기의 휴대용 프로그램 이식기를 제어장치와 연결하면 7초 만에 조작 프로그램이 설치됐다. 단말기를 부착하는 게 아니어서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했다.
경기도 남양주 H주유소를 비롯해 서울 1곳, 경기 11곳, 인천 5곳, 충청 3곳 등 주유소 20곳이 이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82억4000여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한 번에 60ℓ를 주유할 경우 실제 주유된 양은 58.0∼58.8ℓ로 차량 1대당 3000원 안팎의 부당 이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주유소의 정량 주유 여부를 점검할 때 통상 20ℓ를 주유해본 뒤 실제 20ℓ가 되는지 측정한다. 김씨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이를 감안해 20ℓ까지는 정량 주유되고 이후 주유량이 줄어들도록 설정돼 있었다. 또 갑작스러운 단속에 대비해 전원을 껐다 켜면 주유기가 정상 작동하도록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