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姑婦 둔기 살해 혐의자… 차량용 블랙박스·CCTV는 알고 있었다
입력 2014-03-13 02:34
차량용 블랙박스(영상자동기록장치)가 미궁에 빠질 뻔한 부산 ‘고부(姑婦)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부산진경찰서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노구 서장)는 80대 시어머니와 60대 며느리를 대낮에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김모(66)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사건 발생 62일 만이다.
김씨는 지난 1월 7일 오후 2시쯤 부산 가야동 김모(87·여)씨 집에 들어가 김씨와 며느리 정모(66)씨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 김씨는 정씨의 고교동창 남편으로, 김씨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오리무중이었던 이 사건은 경찰이 CCTV 139대, 10개 노선버스 블랙박스 331대, 사건 당시 주변을 지난 차량 2225대를 정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윤곽을 드러냈다.
블랙박스와 CCTV를 24시간 확인하는 수사요원만 12명에 달했다. 이들은 62일간 잠시 눈을 붙이거나 식사하는 시간 외에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범행 추정시간대에 출입한 12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던 중 최근 김씨가 처음 진술과 달리 현장 인근에 온 것을 CCTV로 확인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특히 범행 후 김씨가 차로 돌아와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오후 4시16분쯤 주변을 지난 시내버스 블랙박스에 우연히 포착됐다.
김씨가 사건 발생 직전인 오후 1시42분쯤 현장 주변에 몰고 온 차를 주차하는 모습도 CCTV에 포착됐다.
범행을 부인하던 김씨는 경찰이 차에서 발견한 혈흔과 범행 당시 신었던 것으로 보이는 신발을 잇달아 증거로 제시하자 범행 일부를 자백했다.
경찰은 김씨가 부동산 임대차 문제를 논의하려고 왔다고 속여 집 안에 들어간 뒤 집을 둘러보는 척하며 작은방에 있던 시어머니 김씨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1시간30분가량 기다렸다가 귀가하던 정씨도 살해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피해자가 50억원대 재력가라는 점에 근거해 금전 문제를 유력한 범행 동기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